후쿠오카 구루메시에서 - 본토 라멘 맛과 자연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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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구루메시에서 - 본토 라멘 맛과 자연의 멋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4.1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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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4] 구루메 돈코츠라멘과 지쿠고강의 아름다움

유후인의 하룻밤은 돗자리가 깔린 방에서 편안히 보냈다. 왕골돗자리가 풍기는 자연 향기가 좋았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왕골돗자리를 짜서 방에 깔고 생활했는데, 이곳 숙소에서 돗자리를 깔고 자다니! 고슬고슬한 느낌, 바닥의 폭신함이 몸을 가볍게 했다. 따뜻한 온천욕으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창을 열자 가벼운 몸만큼이나 상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후다케산의 산허리를 감싼 물안개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침 안개에 휩싸인 유휴다케산. 몽한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침 안개에 휩싸인 유휴다케산. 몽한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 유후인을 뒤로하고, 우리는 기차를 타고 구루메시로 이동했다. 유후인에서 구루메시까지는 기차로 1시간 40분 걸렸다.

기차여행은 참 낭만적이다. 옛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여유가 있어 좋다. 자유롭다. 도시락을 사서 간식으로 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울창한 숲과 한가한 농촌 마을이 그림 같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과 바람에 흔들리는 대숲에서는 시원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구루메역. 일본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 위치한 규슈 여객철도 소속의 철도역이다.
구루메역. 일본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 위치한 규슈 여객철도 소속의 철도역이다.

구루메역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지쿠고강을 따라 걷기로 했다. 그 전에 일본 돈코츠라멘의 유명한 맛집 '타이호'를 찾았다. 1953년에 문을 연 '타이호'는 돈코츠라멘의 원조집이란다. 미슐랭에도 수록된 후쿠오카의 유일한 라면집이다.

돈코츠라멘에서 돈코츠는 돼지 뼈를 의미한다. 돈코츠 라멘은 돼지 뼈를 푸욱 고와 우려낸 국물로 만드는 라면인 셈이다.

돈코츠라멘의 원조라는 구루메시 타이호 라멘집.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붐볐다.
돈코츠라멘의 원조라는 구루메시 타이호 라멘집.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붐볐다.

워낙 널리 알려진 음식점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간에는 1시간 대기는 기본이란다. 오전 11시인데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라면을 한 그릇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까? 구루메시를 찾는 여행자 중에는 이곳 라면을 맛보기 위해서 찾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후루룩 빠르게 먹고 나오기 때문일까? 30여 분 기다리고 우리는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실내는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타이호 라멘집의 메뉴판. 가장 많이 먹는 보통이 780엔 하였다.
타이호 라멘집의 메뉴판. 가장 많이 먹는 보통이 780엔 하였다.

메뉴에 영문판이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다는 라면을 시켰다. 물은 냉녹차가 이색적이다.

먼저 국물 맛을 보았다. 돼지뼈 국물이라 그런지 진한 국물 맛이다. 개운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좀 느끼하다고 할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내겐 좀 그렇다. 면발은 약간 씹는 맛이 있다. 얇게 썬 돼지고기 편육은 식감이 좋다. 식탁 위에 놓인 생강을 넣어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후루룩후루룩 라면 먹는 면치기 소리가 들린다. 다들 맛있게 먹는 소리다.

돈고츠라멘. 돼지뼈를 고와 만든 국물로 만들었다.
돈고츠라멘. 돼지뼈를 고와 만든 국물로 만들었는데, 좀 느끼함이 있었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8,000원 정도 되는 가격에 줄을 서 기다리면서까지 하면서 먹을 만한 음식인가? 생각해봐야겠다. 무엇보다도 김치를 빼놓고 먹으니 라면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겠다.

귀국하여 비 내리는 날 라면을 끓였다. 달걀 하나 풀고, 파 송송 썰어 넣었다. 김장김치와 같이 먹으니 역시 그 맛은 최고다. 오래 길든 입맛은 못 버리는 것 같다. 집에서 끓여 먹는 우리나라 라면 맛이 일본 원조 라멘 못지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타이호 라멘집'에서 가까운 지쿠고강으로 향했다. 지쿠고강은 전체 길이가 143로 규슈 지방 제일의 큰 강으로 알려졌다. 구루메시를 에워싸듯 유유히 흐르는 강이 만들어낸 강변은 그야말로 드넓다. 한강 고수부지가 연상된다. 강가 둑에는 많은 꽃이 만개했다. 노란 유채꽃과 배춧과에 속하는 흰 꽃도 무더기로 피어있다. 흐르는 강과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일본 규수 지방 제일의 큰강, 지쿠고강.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아름다웠다.
일본 규수 지방 제일의 큰강, 지쿠고강.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아름다웠다.
강변에 유채꽃을 비롯한 많은 꽃들이 피었다.
지쿠고강 강변에는 유채꽃을 비롯한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수부지가 강폭보다 훨씬 넓다. 곳곳에 축구장도 몇 개. 그뿐 아니다. 야구장도 보인다. 우리나라 고수부지처럼 아기자기한 시설은 없지만 자연 그대로이다. 가끔 보이는 물오리가 한가한 강가에서 맘껏 헤엄친다. 자연의 세계가 바로 이것이지 싶다.

'구루메성'에서 신사 '스이텐구'까지 운동 삼아 한 시간 남짓 걸었다. 일본의 자연과 함께하면서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었다.

지코구강 강변에 자리잡은 신사 스이텐구.
지쿠고강 강변에 자리잡은 신사 스이텐구.
참배객들의 염원을 담은 소원판. 이곳은 순산을 바라는 기원이 많이 담겼다.
참배객들의 염원을 담은 소원판. 이곳은 순산을 바라는 기원이 많이 담겼다.

드디어 목적지 '스이텐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순산(順産)을 기원하는 신사로 유명하여 많은 임산부가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을 많이 볼 수 있다.

신사 강가 주변에 동백꽃이 만발하였다. 동백나무 수십 그루가 멋지게 꽃을 피웠다. 다닥다닥 서로 어울려 피어있다. 툭 하고 통째로 떨어진 꽃잎도 피어있는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예쁘다

우리가 찾은 날 스이텐구에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많이 피었다.
우리가 찾은 날 스이텐구에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많이 피었다.

일본 성곽과 신사(神社)는 우리 문화재와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큰 울림은 느껴지지 않지만, 일본인들의 오랜 삶의 세계에서 묻어있는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지쿠고강과 강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 날갯짓하며 춤추는 물새 들에서 마음이 홀리는 것은 왜일까? 자연은 언제 어디서나 그대로이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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