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강산마을협동조합과 사회적 농업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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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강산마을협동조합과 사회적 농업 활동
  • 노광훈
  • 승인 2023.04.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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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 듣다]
노광훈 / 진강산마을협동조합 돌봄반장

진강산마을협동조합의 결성

진강산마을협동조합(이하 진마협)은 2021년 11월 29일 인천시로부터 협동조합 설립허가증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말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따라 지역서비스공동체로 지정받았다. 사회적 농업은 2018년 9개 농장에서 시범사업을 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6년 차에 들어섰다. 현재 전국에 92개의 사회적 농장이 있고, 30개의 지역서비스공동체가 있다. 지역서비스공동체는 2022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 2년 차다. 사회적 농장은 해마다 일정액의 사업비를, 지역서비스공동체 또한 사업비와 돌봄반장 인건비 및 활동비를 지원받는데, 지원 기간은 모두 최대 5년이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장애아, 학생, 노인, 귀농귀촌자, 다문화가족 등)과 농업 활동을 통해서 돌봄, 교육, 고용의 기회를 만들어 농촌사회의 통합과 활력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농민을 비롯해서 보건 복지 분야 기관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해서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로 지역서비스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다.

진마협은 양도면 지역의 네 단체(도감뿌리농원,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기찻길옆작은학교 삼흥리농장, 양도친환경작목회)가 모여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진마협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도면 단위에서 돌봄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를 만들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 없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진마협의 사회적 농업 활동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농장 활동과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제공 활동이다. 진마협에서 하는 이 두 가지 활동 내용을 살펴보고, 진마협이 하는 사회적 농업 활동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육묘상자에 파종하기
육묘상자에 파종하기

 

진마협의 사회적 농장 활동

- 도감뿌리농원의 돌봄 농장

도감뿌리농원은 2011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체험농장으로 지정되었다. 볍씨 파종부터 손모내기, 볏모 키우기, 벼베기, 탈곡하기, 방아찧기까지 체험할 수 있다. 그밖에 감자와 고구마 심기와 캐기, 산딸기와 방울토마토 따먹기, 감 따기, 바가지 만들기, 뱃놀이, 연날리기, 썰매 타기…. 계절에 따라 체험할 거리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수도권의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강화의 초등학생들까지 해마다 몇천 명씩 다녀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2~3년간 운영을 거의 하지 못했다.

도감뿌리에서는 지난해 ‘발달장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진강산가족농장’을 운영했다. 특수학급이 있는 강화지역 내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참가자를 모집했다. 10가정에서 30여 명이 신청해서 주말 가족농장으로 15회 운영했다. 토요일에 하다 보니 늘 몇 집은 빠지게 되고 대개 6~7가정, 20여 명이 참여했다. 봄에는 잎채소를 심었고, 가을에는 배추를 길러서 김장용 절임배추까지 해서 가져갔다. 삽목한 국화도 화분에 키워서 가져갔다. 농사일은 농장주이기도 한 안재원 진마협 대표님과 부모들이 주로 하고 아이들은 보조강사들과 미끄럼을 타고, 뱃놀이도 하고 닭장에서 달걀도 꺼내고 하며 놀았다. 발달장애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착하고 순수하다. 아이들은 마음껏 놀 수 있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맡겨놓고 텃밭을 가꾸어 신선한 채소를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아했다.

올해는 ‘도감뿌리 농부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신나는 농장’을 강화특수교육지원청과 함께 협력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 모집을 맡아 주었고, 담당 직원을 파견근무 보내주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수업의 일환으로 특수학급 담당 교사가 아이들을 데려와서 두세 시간 동안 흙 만지고 놀다가 점심시간에 맞춰 데려간다. 관내 세 학교에서 여덟 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텃밭 가꾸기보다는 꽃모종 심기 등 원예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육묘상자에 파종하기
육묘상자에 파종하기

 

- 학생 농사 체험

양도면 삼흥리에는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있는 기찻길옆작은학교의 강화 체험농장이 있다. 해마다 아이들이 농장에 와서 손모내기를 하고 자연 생태체험 활동을 한다. 지난해에도 6월 4일에 손모내기를 했고, 10월 29일에 벼베기를 했다. 30~40여 명이 왔는데 점심 식비와 간식비, 재료비를 지원했다. 올해도 봄, 가을에 네 차례 농사 체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불은면에 있는 꿈틀리인생학교 아이들의 농사 체험이 있다. 해마다 양도면 도장리 친환경 사업장에 와서 볍씨소독과 파종에 참여하고, 손모내기 행사도 한다. 양도친환경작목회 조영보 님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도 5월 25일에 도장리 논에서 손모내기를 했다. 모자와 논장화 구입, 점심 식사비를 지원했다.

 

손모내기
손모내기

 

- 귀촌자 공동경작 체험

지난해에 ‘귀농귀촌자와 고령농이 함께하는 생태 텃밭 가꾸기’를 격주 주말에 운영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우선 참여자가 적었고, 그나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자기 텃밭 돌보기도 바쁜데 도감뿌리까지 와서 텃밭 농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귀촌자 공동경작 체험’으로 바꾸었다. 벼농사로 자기가 먹을 쌀을 자급하자는 것. 또 노는 밭을 빌려서 고구마든 옥수수든 팔기 위한 농사를 함께 지어보자는 것.

도장리 양도친환경작목회 사업장에서 냉온침탕법으로 볍씨소독을 했고, 지난 4월 16일에는 함께 볍씨파종을 했다. 일주일 뒤 싹이 튼 모판을 못자리에 넣고, 한 달 뒤 못자리에서 모판을 떼서 모심기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 공동경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손(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신 친환경작목회로부터 농기계 작업을 지원받는다. 논 갈고 써레질하기, 모심기(이앙기), 벼베기(콤바인)까지. 우리 가족의 건강한 밥상에 내가 농사지은 쌀밥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신성한 행위가 아닌가.

친환경 자급 체험 농사를 진행하는 데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농촌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줄고, 농업인은 고령화되다 보니 공장처럼 노동자를 고용하는 논의 기업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농사지으며 마을의 서로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가던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 원주민과 귀농귀촌인들이, 논과 농기계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이, 서로 돕는 농사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볍씨파종
볍씨파종

 

진마협의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제공 활동

진마협의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사업은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진동)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진동은 2016년 양도면의 네 학교(양도초, 조산초, 동광중, 산마을고) 학부모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다. 회원 대부분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귀촌한 분들이다. 진마협과 함께 교육공동체에서 마을공동체로 변화해 가려고 한다. 진동을 중심으로 진마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사업을 소개한다.

- 주거환경 개선 - 전기, 가스, 수도, 보일러, 이불 빨래 등

진동에는 ‘장도리’라는 집수리 민간업체가 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 집에 문짝을 고쳐드린다든지, 가스안전콕을 달아드린다든지, 형광등을 엘이디(LED) 등으로 갈아드린다든지, 보일러를 고쳐드린다든지 하는 일을 해 왔다. 올해는 집수리 외에 빨래방에서 이불 빨래를 해드리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대상자(참여자)를 찾는 일이다. 양도면사무소 복지 담당자와 만남을 시도했는데 여의치 못했다. 양도면 보건지소와 방문요양센터를 통해서 몇 집을 소개받아 찾아갔다. 그리고 진동 회원들과 함께 20가구 대상 ‘생활도움 실태조사’를 했다. 독거노인이나 고령노인 댁을 방문해서 기본적인 생활실태와 함께 해결했으면 하는 불편사항을 설문을 통해 알아내고, 장도리 팀과 함께 방문해서 해결해 드리는 것이다. 곳곳에 아직도 어렵게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올해는 조사 가구를 40가구로 늘리고 예산도 크게 늘렸다.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과도 관계를 맺어 서로 협력해 가야 하는데 그놈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것 때문에 어떤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갑갑하다.

- 농산물 직거래 장터

진동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씨마켓이 있다. 씨마켓은 ‘교육, 문화, 예술이 피어나는 마을 장터’를 표방한다.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체험 부스, 벼룩시장이 열리는 플리 마켓이다. 지난해부터 여기에 진마협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함께 열었다. 지역의 제철 친환경 농산물과 함께 참기름, 된장, 식초, 꿀 같은 가공품도 판다. 볼음도에서 상합조개를 보내와 팔기도 했다. 올해는 네 차례 씨마켓을 계획하고 있다. 11월에는 김장 채소 직거래 장터를 진마협 차원에서 따로 열 계획이다. 주민들도 농산물을 갖고 장터에 나오도록 하는 게 과제다.

진동상회 마당 한켠에 ‘청개구리’라는 이름의 상설 무인 판매장을 만들었다. 양도친환경작목회의 제철 농산물, 큰나무캠프힐의 꿀, 풀정원의 수세미와 천연샴푸와 오일, 발효맘협동조합의 발효식품, 강화마을협동조합의 들기름과 참기름, 산마을고 영농단의 매실효소 등을 약간의 수수료만 받고 판매하고 있다. 관리에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시도해 보고 있다.

 

농산물 무인판매가게
농산물 무인판매가게

 

- 방문 이미용

올해 새로 계획한 일로 ‘찾아가는 미용실’이다. 몸이 불편해서 이동이 어려운 분은 댁에 찾아가서, 그렇지 않은 분은 마을회관에서 커트나 파마, 염색을 해드리는 것이다. 재료비만 각자 내도록 하고. 마을에 미용사 자격증이 있고 미용 도구도 갖추고 있는 분이 둘이나 있다. 이분들을 강사로 모시기로 했다. 이장이나 노인회장님께 몸이 불편한 분, 나이가 많은 분을 우선으로 참여자를 모집하도록 부탁할 계획이다. 도장리나 삼흥리에서 우선 시범적으로 해봐야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겠다. 하루에 몇 사람이나 할 수 있는지, 필요한 게 뭔지….

- 주민 역량 강화 교육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해 총 10회의 강좌를 계획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 텃밭 강좌’ 4회, 파머컬처 강좌 3회, 마을공동체 강좌 3회. 4월 15일에는 1차 생태 텃밭 강좌를 산마을고등학교 소강당에서 진행했다. ‘지속 가능한 농촌사회를 위하여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 씨앗 이야기’를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한영미 대표가 강의했다. 31명이 참석했다. 횡성 언니네 텃밭이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 수 있었다. 강화에도 얼마 전 ‘강화토종씨앗도서관’이 온수리에 문을 열었다. 김충진 신부님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관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 4월 22일과 4월 29일에는 안철환 선생이 전통농업의 순환 원리와 24절기 농사력에 대해서 강의한다. 한 주 건너서 5월 13일에는 파주 사탕수수 정현석 대표가 ‘기후변화와 우리 농업’을 주제로 강의한다. 참석자들에게는 토종 씨앗 모종과 아열대식물 모종을 나누어드릴 계획이다.

 

토종씨앗강좌
토종씨앗강좌

 

노인들을 대상으로 휴대폰 활용 교육도 할 계획이다. 요즘은 노인들도 대개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활용해 쓰지 못하고 있다. 문자와 사진 주고받기, 카톡 이용하기, 사진 찍고 올리기, 손주와 영상통화 하기 등을 지역의 젊은이들한테 배우는 것이다. 아직도 농촌에는 마을회관에서 노인회 총무가 방송으로 공지사항을 알리는 데가 많다. 카톡으로 알려도 잘 보지 않거나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휴대폰 활용 교육은 이장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진마협의 사회적 농업 활동의 의미와 과제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마을은 변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아직은 대답을 못 하겠다. 다만 진마협을 이루고 있는 네 단체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또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역할을 나누어 일하고, 평가하고, 다시 새로운 일을 기획하면서 서로 알아가며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1년의 활동으로 어떤 변화를 바라는 것은 성급한 일이겠다. 하지만 주민들이 사업의 대상이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주민들의 삶에 밀착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결국 주민들과 만나는 일이고, 주민들의 삶의 요구를 해결하는 일이고,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도록 돕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관’이라고 하는 행정기관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이들은 소통하고 협력하기보다 자신들의 경계선은 긋고 자신들의 원칙만 앞세운다. 또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의 관계 맺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쉽게 하나가 되기는 어렵겠지. 사회적 농업이 서로 다른 이들의 만남과 소통을 촉진하고 경계를 허무는 일이 되어야 하겠다.

강화는 소멸위험 지역이다. 수도권에서 은퇴자들이 꾸준히 들어와서 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강화를 빠져나가고 태어나는 아기는 거의 없다. 이러다간 초등학교가 하나씩 문 닫을 판이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농업은 발전했지만, 농촌은 해체되었다”는 어느 농학사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농사기술은 해마다 발전하는데 농촌은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니.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 우리 농업, 농촌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농촌의 문제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기초, 바탕이 걸려 있는 문제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도농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천의 어느 마을공동체와 진마협이 결연을 맺어 씨마켓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나 가을걷이 한마당, 정월 대보름 잔치 같은 자리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그려본다.

(사진 = 필자 제공)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 웹진 101호 동시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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