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작가 정유진의 두 번째 그림책 ‘달 내리는 밤’(양장 230x230mm, 44쪽)이 출간됐다.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고단한 과정이 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어른들에 따뜻한 힘을 불어넣는 그림책이다.
토끼와 달, 그리고 여러 동물들의 그림 18장(한장의 그림이 4쪽을 차지하기도 한다)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모노톤(단일색)에서 파스텔톤으로, 황금빛 노란색으로 변화하는 색감이 포근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토끼와 거북이, 여우와 다람쥐, 하마와 악어, 코끼리와 기린 등 등장하는 천진한 동물들의 눈동자와 표정이 스토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달에 닿아 보고픈 산속 동물들이 서로를 끌어올리며 높이 탑을 쌓는다. 고릴라와 표범 등 정말 많은 동물들이 합류했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달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레 떨어지는 비 한 방울. 점점 커지는 빗줄기에 하늘이 어두워진다. 동물 친구들의 탑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고단한 과정을 함께 한 동물들. 그러나 무너져내린 샘터에 아무도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고 남아 있는데, 그들이 흘린 땀방울과 빗방울로 더 커다래진 샘 안으로 떠난 줄 알았던 달이 찾아온다.
작가는 “성공과 실패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있는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보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어 있기도 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되기도 하니까”.
작가 자신도 수년 전 그림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미술관 작품 속에서 ‘작은 실패들’이 모여 멋진 작품을 이뤄낸 그림을 보고 힘을 얻었다. 포기하려던 작품을 마무리하여 펴낸 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 (2021.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