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없는 문화예술교육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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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없는 문화예술교육을 꿈꾸다
  • 한은혜
  • 승인 2023.04.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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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한은혜 / 은하수미술관 대표

한 해의 1월부터 4월까지,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이들은 이 시기를 보릿고개, 비수기라 부른다. 우스갯소리라지만 현업에 있는 이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학교와 같은 교육 기관들은 겨울방학부터 새 학기까지 외부 강사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원사업들은 예산을 교부가 대부분 4월이니 문화예술교육이 많지 않은 시기라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이들은 이 시기에 개인 창작활동을 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다듬기도 한다.

그런데 이 보릿고개를 교육 참여자들은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는 걸까? 나와 꽤 오랜 연이 있는 교육 참여자들은 3월 말 즈음이 되면 올해는 무슨 수업을 하는지 묻는 연락이 오곤 한다. 그러면 수업들이 시작되는 시기가 다가오는구나 하고 안다. 수업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교육 참여자들은 만나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 많이 기다렸고 함께 했던 모두가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교육자들이라고 그렇지 않았겠는가.

계속해서 문화예술교육의 공백기에 대해 고민하고 갈증을 느껴온 교육자들은 자신의 작업 공간과 연습 공간을 열어 수업을 하고, 교육기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협의해 공백기(비수기)에도 수업을 만들기도 한다. 지원과 예산이 부족한 시기에도 ‘공백’이 없는 교육을 지속해나가려고 노력하는 부지런하고 고마운 이들이다. 그들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을 믿고, 지역 안에서 그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때론 비용을 들여가며 노력하고 있다.

현장의 문화예술교육가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동화구연가 조은숙의 어린이 문학교실을 방문해 보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공간인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에서 지역 주민들과 무료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 기관들과 협업해 공백기 없는 교육을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이자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공간을 방문한 날은 인천 동구의 한 복지관에서 「커다란 순무」 동화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잘 알려진 이 동화를 아이들이 연극으로 만들어가는 현장은 열기가 넘쳤다. 개성 있는 아이들에 의해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하면, 변화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커다란 순무」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멋진 연극이 완성되었다.

나이와 성별, 언어(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다른 여럿의 아이들이 만났음에도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만에 이야기와 극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창작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낯섦도 즐거움으로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서 온 힘일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그 필요성을 증명해가며 계속 그 몸집을 키워 왔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교육 참여자와 교육자 모두 공백과 단절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공백과 단절은 행정적 절차의 편의 때문에 생긴다. 코로나 19 이후로 돌봄에서는 이런 행정적 절차로 인한 ‘틈’의 문제를 깨닫고 이를 메우기 위해 ‘틈새 없는 돌봄’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에도 틈새 없음이 필요하다. 연중 공간을 열고,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 교육이 중단되는 겨울방학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적응이 어려운 새 학기야말로 아이들에게 정서적 성장을 지지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필요할 때이다. 이 시기의 교육이 행정적 절차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항상 ‘틈새’ 없이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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