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엑소케이(EXO-K)’의 〈월광 Moonlight〉 (2014년)
여기 쏟아지는 달의 조명 아래, 모두가 사랑하는 미소년이 있습니다. 그림처럼 멈춰 황홀한 매혹에 둘러싸인 그의 시선 끝엔 닿을 수도, 안길 수도 없는 수면 위에 비친 갈망의 대상이 아른거립니다. 그 슬픈 눈빛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에, 그렇게 엇갈린 시선의 메아리(Echo)가 남긴 잔향 사이에 남는 건 무엇일까요.
‘음향 피드백(feedback)’ 현상은 간단히 말해 출구를 찾지 못한 소리의 폭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이크로 입력된 소리가 스피커의 출력을 거쳐 다시 마이크로 입력 순환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마치 비명처럼 소음이 터져 나오는 거죠.
‘나르키소스’ 신화 속에서, 수면에 비친 자신을 안고 싶었던 나르키소스와 그를 바라보는 ‘에코’가 보내는 갈망의 시선은 자신이 지향하는 실체에 닿지 못해 끝없이 엇갈립니다. 그렇게 정처 잃은 갈망은, 출구 없는 목소리로 진동하고, 저주받은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은 채 나르키소스 자신을 향하는 끝없는 매혹으로 공명합니다. 그 닫힌 피드백(feedback)의 결과는 널리 알려진 바대로 나르키소스의 죽음이었죠.
그리고 여기, 아직도 끝나지 않고 엇갈리고 있는 우리들의 시선. 무대 위에 빛나는 아이돌의 모습, 대중과 여론의 실체 없는 스포트라이트, 혹은 언젠가 첫눈에 반해버릴 이상형의 환영. 갈망 속에서 닿을수록 멀어지고, “가까워질수록 더 아파질”, 실체 없는 유령을 쫓으며 엇갈리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닿길 원했던 나르키소스의 저주를 반복하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큐피드가 쏘아버린 황금 화살의 황홀경은 저주일까요, 축복일까요. 그렇게 열렬히 사랑의 대상을 찾는 우리의 시선은 진짜 사랑의 실체에 닿을 수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미 갈망하는 자 앞에서 이따위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가에 어른거리지만 닿으면 사라지는 환상의 형체, 그에게 이 형체란 어두운 밤에도 “어둠을 걷어내고”, 눈을 감아도 “잠을 깨워”가면서 마음의 창밖을 서성이는, 그 자체로 온전한 현실일 테니까요. 그래서 익숙한 진실보단 닿을 수 없는 허구로서만 존재하는 현실이 우리의 영혼에 더 뼈아픈 상처를 남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닿을 수가 없는 안길 수도 없는” 그 애타고 “위험한 꿈” 속에서 공명하는 메아리는 죽음의 색채를 가졌지만 황홀할 겁니다. 하지만 진실은 닿는 순간 텅 비워져 버릴 거예요. 달콤한 파란색 드럭(Drug)에 취할 것인가, 붉은색 씁쓸함을 씹어 삼키고 텅 빈 진실로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쩌면, 그 선택마저 환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랑이라는 모순적 관념의 실체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치 이 모든 무대와 시선의 본질이 환상적 이미지에 기반을 둔 자기애(自己愛)로의 '중독'이 아니냐는 듯, <월광 Moonlight>이 케이팝 아이돌 컨텐츠으로 기획된 곡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 출구 없이 공명하는 황홀한 저주의 메아리(Echo)를 보세요.
“Yeah, stop, stop. 그 날개가 젖으니
oh oh, 후~ Stop, stop.
깊어진 하루 틈 사이 너는 조용히 다가와
어둠을 걷어내고 나의 잠을 깨워
그리곤 멀어져 열린 창문 저 너머로
또 길을 잃었나, 넌, 넌, 넌.
밤공기가 아직 차가워 일어나
So, baby, hold on 널 혼자 두기가
난 걱정이 돼 거릴 두고 너의 뒤를 따라가
넌 쏟아지는 달빛에 샤워
그 황홀한 표정은 본 적이 없어
그림처럼 멈춘 네가 보여
그 시선 끝엔
닿을 수가 없는 안길 수도 없는 곳
수면 위에 비친 건 그 사람이 아니야
이뤄질 수 없는 슬픈 너의 story
가까워질수록 더 아파질 테니
그 사랑만은... Stop, stop, stop, stop, yeah
그 사랑만은... Stop, stop, stop, stop, yeah
이렇게 내가 널 애타게 불러
다가가지 마, babe, 그 날개가 젖으니
아무리 말해도 넌 들리지 않아
다시 그에게 온 몸을 던져 왜 넌 위험한 꿈을 꿀까
(이제 그만 지친) 너의 맘을 쉬게 해
널 바라보는 내 맘도 찢어질 것 같은데
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애써 나를 향해 웃어 보여도
가녀린 새하얀 너의 어깨가 조그맣게 떨려와, I'm telling you
잠시만 나의 곁에서 내려놓고 쉬어가도 돼
먼동이 트면 저 달이 저무는 그 곳을 따라 그땐 날아가, yeah
닿을 수가 없는 함께 할 수 없는 곳
밤이 되면 날아 온 그건 네가 아니야
이뤄질 수 없는 (눈물 흘러) 슬픈 나의 Story (나의 story)
가까워질수록 더 아파질 테니 (I swear I cannot stop loving)
이 사랑만은... Stop, stop, stop, stop, yeah (tonight)
이 사랑만은... Stop, stop, stop, stop, yeah (tonight)
이렇게 내가 널 애타게 불러
멀어지지 마, babe, 그 날개가 젖으니”
- ‘엑소케이(EXO-K)’ <월광 Moon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