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하늘꽃을 키우는 거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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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하늘꽃을 키우는 거름입니까?
  • 최원영
  • 승인 2023.05.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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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02화

 

원망이나 분노나 짜증과도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감정을 가지려고 해도 고약한 상황에 놓이거나 평소 불편하게 느끼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척 불편합니다.

어떻게 해야 부정적으로 느끼던 것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가 있을까요. 어쩌면 매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생각만 바꾸면 되니까요.

《내 영혼의 산책》(박원종)에 1960년대 초반,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이 돌을 지어 나르며 간척사업을 벌일 때의 일화가 나옵니다.

한센인들이 일하는 것을 본 공사장 감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이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야.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고 기술력도 없고 몸마저 불편한 그들만 가지고선 성공시킬 수 없어.”

이 말에 공사를 지휘하던 당시 소록도 병원장 조창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시황이 공과대학 건축과나 토목과를 나오고, 지금처럼 장비가 좋아 거대한 만리장성을 쌓았나요? 또 나폴레옹이 암벽 전문 등산가라서 알프스산맥을 넘었나요?”

맞습니다.

불편한 몸이지만 정성을 다해 일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이 끝난 후 당시 해설을 했던 차범근 씨가 한 말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축구가 전투였는데, 아들 두리는 행복한 생활처럼 보입니다.”

아울러 축구란 오직 승리를 위해 하는 것으로 믿었고,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다른 선수를 인정할 줄도 몰랐으며, 모든 선수가 자신의 경쟁자로만 보였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리는 자신과는 달리 축구를 하면서도 승패보다 축구 자체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겁니다. 게다가 두리는 프랑스 지단 선수에게 사인받은 공을 보며 즐거워하고, 축구 해설을 하면서도 캐스터가 어떤 질문을 던지면 “전 그때 후보라서 잘 몰라요.”라며 웃어넘기는 등 자신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습니다.

즉, 차범근은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그걸 즐기기보다는 선수로서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아등바등하며 살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두리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축구를 즐기고 항상 밝게 웃으며 거침없이 해야 할 말을 다 하면서 산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뜻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을 스스로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해보자. 이 일로 인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으니까.’라고 의도적으로라도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그 일이 짜증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곧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그토록 지겹던 일이 가정을 지키는 소중한 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지요.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게서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즐기는 삶은 곧 사랑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랑하면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조명연, 정병덕)에 정채봉 작가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신은 지상의 삶을 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마음에 꽃씨 하나씩을 심어서 보낸다. 그러나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에 꽃밭을 가득 일궈서 오는 자는 어쩌다 보일 뿐이다. 대부분 사람은 마음에 잡초만 무성해서 돌아온다.

신이 이제 막 도착한 잡초 마음에게 물었다.

“너는 왜 꽃 씨앗을 말라 죽게 했느냐?”

“돈과 지위가 꽃 거름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잡초만 무성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신이 침묵하고 있자 잡초 마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뒤의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만 해주세요. 어떤 것이 하늘꽃을 키우는 거름입니까?”

신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사랑해!”

그렇습니다.

어떤 단점이 있어도 그를 사랑하는 것, 환경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담아 즐겁게 해나가는 태도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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