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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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삶'
  • 배영수
  • 승인 2011.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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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①
 

북성동 '쪽방촌'

취재 : 배영수 기자

인천에서 가장 많은 외지인들이 오는 곳을 고르라면 근대 유적과 놀이공원, 유흥가 등이 모인 중구 일대일 터이다. 그만큼 중구는 인천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으며, 오늘도 여기서 오래 산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제공했던 지역이다. 지금은 주소지를 옮겨 외지인이 된 사람들 중에서도 중구에 대한 추억이나 방문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이가 많다. 인터넷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명소'들이 소개되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그런데 이 중구 모습을 비추는 언론사들이 지역언론 중심이다 보니, 대부분 기사는 이에 대한 '신비감'이나 '궁금증'을 지닌 외지인이 아닌, 이미 이 곳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시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구가 관광특구로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라는 의견 역시 정말인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인천in>은 2회에 걸쳐 인천에 관심이 많아 최소 2번 이상 중구 일대를 방문해 본 외지인들을 중구로 오게 한 후 곳곳의 풍경과 개인적 느낌, 의견 등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기사는 이들이 지난 3일 돌아본 '첫 기록'에 대한 정리이다. 두 번째 기록은 9일(금)과 10일(토) 방문 이후 정리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은 알지만 외지인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는 시선과 배경의 차이'가 적지 않게 있음에도, '인천에 대한 외지인 시선'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수정 없이 실었음을 알린다.
 

정겨운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제8부두 쪽방촌 모습

첫 방문지 : 북성동 제8부두 쪽방촌
 
매년 겨울 인천시나 인천전문건설협회 등 단체에서 연탄을 지원하기도 한다. 어렵게 산다는 이유에서다. 이곳에 그 '지원철'이 됐다 하면, 지역 언론사들이 이들의 생활고를 걱정하는 기사를 연신 낸다. 실제로 지난해 취재차 이곳을 방문했을 때 "뉴스 내보내는 거면 싣지 마라. 우리 가난하지 않다."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던 오후 4시 이곳 쪽방촌을 둘러본 외지인들은 "불쌍하다는 분위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물론 집 형태와 상태로 보아 어렵다는 건 분명히 느껴졌지만, 바가지나 스티로폼 박스에 꽃을 심는 등 그 나름 여유를 찾고 있음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얘기였다.
 
방문자 김상연씨는 "사람들이 '이것도 중요한 내 삶이니까'라는 마음으로 그 자체를 수용하고, 이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동네를 정취가 담긴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생활하는 데 별로 만족을 느끼지 못했던 내게 이 곳이 전해주는 느낌이 참 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율법서 '탈무드'가 이야기한 '부자'의 모습이 지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 곳에 사는 이들에게서 먼저 나오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곳에 대한 시와 유관 단체 지원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방문자들에게 묻자 당연하게도(?)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굳게 닫혀 있는 인천역 앞 월미은하레일 정거장

두 번째 방문지 : 월미은하레일
 
지난 6월 월미은하레일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면서 모노레일 열차를 손으로 만져볼 기회가 있었다. 놀라웠던 건 손의 힘에도 열차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 당시 현장에서 만난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열차에 전원이 들어갔을 때 에어 컴프레서가 작동하면 이렇게 흔들리지 않지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중 모노레일은 안전성만 제대로 잡아도 절반 이상 점수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지만, 시공사가 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게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졸지에 900억원짜리 비둘기집이 된 셈"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인천시민 대부분이 이 월미은하레일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시정에도 적지 않은 반감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방문자들에게 전하자, 이중 은하레일을 꼼꼼히 살피고 기록하던 주성용씨는 "외지인 입장에서도 그다지 호기심 없는 테마를 갖고 1천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만들려고 한 발상 자체가 혈세를 내고 있는 시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월미도 경관이라고 하면 바닷가 쪽 풍경이 절반 이상일 텐데, 도보로도 그 경관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구조의 월미도에서는 굳이 높은 데서 보고 싶었다면 설치된 놀이기구를 통해서도 잘 볼 수 있다"면서 "절대 불필요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주씨는 아울러 "지금의 민선5기가 월미은하레일에 화가 단단히 나 있을 게 분명하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돈만큼 다시 돈을 들여 보완해 성공적으로 개통해 봤자 한나라당이 안상수 전 시장 치적이라는 미사여구를 쓰며 자신들의 자랑으로 이용할 게 뻔하고,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욕을 먹을 것이니 지금 집권을 한 입장에서는 그냥 덮어두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냐는 게 그의 논리였다. 그는 "어차피 대규모 적자 운영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 돈이 들더라도 그리고 인근 상인들의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철거가 방법일 수도 있다"라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반면 김상연씨와 재미교포 Jason Lee씨는 "제대로 만들었다면 적자 운영이라고 해도 이를 감안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창출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지금은 '과연 필요했느냐' 여부 이전에 은하레일의 첫 요건이었을 '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원인을 제공한 시공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혀 사업성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월미도 디스코팡팡을 구경하는 시민들

세 번째 방문지 : 월미도, 월미공원 & 테마파크
 
본디 계획은 월미은하레일을 둘러보고 바로 인천역 차이나타운 쪽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침 디스코팡팡 DJ로 일하는 최은용(DJ용)씨와 사진작업을 해야 할 일이 있어 겸사겸사 월미도와 테마파크가 세 번째이자 이날 마지막 방문지로 됐다.
 
방문자 이승희씨는 "2009년 바이킹을 한 차례 탔었는데, 서울에 있던 바이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게 올라가는 고도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다른 놀이동산 바이킹이 90~100도 정도만 왔다갔다했던 것과 달리 월미도의 경우 왕복 고도가 120도를 넘는다. 그러나 현재 전국 모든 바이킹이 월미도를 소위 '롤 모델'로 삼아 '120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함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

그 특출함을 메우고 있는 게 'DJ 용의 디스코팡팡'이다. 어느새 '디스코팡팡'은 인터넷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월미도 대표 놀이기구로 됐다. 월미도 바이킹의 악명(?)과 디스코팡팡 인기에 대해 잘 모르던 재미교포 Jason Lee씨를 제외한 모두 공감을 했다.
 
주성용씨는 "월미도에 이러한 테마파크가 생겼고 지속적으로 특출한 아이템이 나온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놀이동산에 대한 큰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월미공원 사업 방식에는 가차없는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최근 인천시와 일부 인천지역 언론사 보도를 보니 월미공원 등산로를 따라서 전기차 운영과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보도하는 시와 몇몇 언론사 행태를 보면 도대체 그들 머릿속엔 뭐가 들은 거냐"는 다소 '까칠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까지 갔다 오는 걸 합해 천천히 둘러봐도 1시간 내로 끝나는 월미공원에 그러한 기계들을 설치해 인공화시키는 건 그야말로 낡아빠진 머리에서 나오는 답답한 발상"이라며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외지인들을 오라고 하면 나 같은 서울 거주자들은 그냥 남산타워를 가는 게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백 배 낫다"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녹지 형태로 놔두는 게 차라리 가치보존적 면에서 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지난 1일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 터전' 공동대표가 '월미공원 개발 발상 너무 한심해'라는 주제로 <인천in>에 기고한 글도 있었다. 이 기고는 주씨 의견과 아주 비슷하다.
 
- 두 번째 기록에서 계속

* 방문 기록 참여자 (총 5인)

주성용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 1998~2010년까지 중구 5회 방문, 부평구에서 1년 거주)
김상연 (서울 노원구 A고교 강사 - 2008~2011년까지 중구 2회 방문)
이승희 (쇼핑몰 MD - 2000~2009년까지 중구 4회 방문)
유화정 (방송작가, 2009년부터 계양구 거주)
Jason Lee (재미교포 - 1989년까지 인천 남구 거주. 2011년 7월부터 인천 체류 중)


지난 4월 월미공원의 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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