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혈구산의 정기를 머금고, 저수지와 평야를 잇다
상태바
고려산·혈구산의 정기를 머금고, 저수지와 평야를 잇다
  • 장정구
  • 승인 2023.05.09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61) 내가천

 

“우와~ 연두와 초록의 지금 고려산은 울긋불긋 진달래꽃이 장관일 때 못지않아요”

국화저수지의 국화리와 내가저수지의 고천리를 잇는 도로의 이름은 고비고개로다. 고려산에서 혈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가장 낮은 곳이 고비고개다. 고비고개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고 양쪽으로 잣나무와 백합나무가 가지런하다. 오른쪽 고려산의 잣나무숲은 잎이 빼곡해선지 어둡다. 막 연두빛의 잎이 돋기 시작한 왼쪽의 혈구산 백합나무 숲 역시 빽빽하지만 훤하고 싱그럽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상춘객들은 새롭게 조림한 백합나무 잎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고려산과 혈구산 사이 고비고개 출렁다리

고개를 넘어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는 제법 깊은 계곡이다. 계곡 산쪽은 3미터가 넘는 콘크리트옹벽이다. 콘크리트 옹벽 위 막 자라기 시작한 풀숲 사이로 돌망태가 보인다. 다른 쪽은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농로다. 농로를 따라 지난해 났던 누런 쇠뜨기 사이로 짙은 초록빛 쇠뜨기가 가지런히 솟고 있다. 하천 옆 농로 콘크리트 위로 노란색의 애기똥풀이 늘어지고 갈아엎은 논에는 논물 가득하다. 산들바람이 불자 논두렁에서는 하얀색의 냉이꽃이 하늘거리고 민들레 홀씨가 날아오른다. 머리를 들어 조금 멀리 산 아래를 보자 신갈나무는 연두빛 새순이 한창이다. 밭과 산 사이의 밤나무와 아카시나무는 새싹이 아직이다.

논둑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트럭 한 대가 기다린다. 좁은 길, 양보 구간을 만들어놓은 마음, 또 저만치 내려오는 차를 기다려주는 마음이 고맙다. 운전자의 밝은 표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조금 더 내려가니 길을 따라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다. 바위 담을 따라 울긋불긋 연산홍이 한창이다. 본격적으로 마을길이다. 길가에는 외지인인 듯 제법 세련된 옷을 입은 아낙 둘이 쑥을 뜯고 있다. 산 밑 밭에서는 농부와 아낙이 두엄을 내고 밭이랑을 일구고 있다. 고천4리 마을회관 앞에 이르자 다리가 두 개다. 하나는 고천교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없는 다리로 다리 위에 마을 화장실이 놓여 있다. 지나온 고려산을 바라보기 위해 머리를 돌리니 인천시유형문화재 적석사사적비 1.9km, 인천시기념물 강화고천리고인돌 1.2km, 갈림길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고비고개 주변 잣나무와 백합나무 조림지
고비고개 주변 잣나무와 백합나무 조림지

‘마을 주변이 공동묘지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도로 차단과 신고, 고발조치하겠습니다.’ 하천 폭이 제법 넓어지는 고천교 아래부터 파릇파릇 수풀이 무성하다. 백로 세 마리가 지나가는 불청객을 애써 외면하듯 불청객이 향하는 아래쪽 어딘가의 먼 산만 바라본다. 물길을 따라 한참을 더 내려오니 흰색 간판 하나가 쓰러져 있다. 마을주민들이 세운 ‘개인묘지설치제한지역’ 안내판이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인근에 고천리고인돌군과 오상리고인돌군 등 역사유적뿐 아니라 고천리공설묘지도 있다.

고비고개 아래에서 시작한 내가천은 내가저수지로 흘러든다. 내가저수지는 고려저수지라고도 하는데 흘러드는 물줄기가 여럿이다. 저수지는 고려산, 혈구산, 퇴모산, 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북쪽의 고려산은 동서로 길쭉하다. 서쪽 봉우리인 낙조봉 바로 아래 적석사가 있고 두 개의 작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고려저수지를 향해 흘러내린다. 가파르던 산줄기가 완만해지는 고개에 오상리고인돌군이 현대의 흙무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강화군 홈페이지에 의하면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6호인 오상리고인돌은 1972년 처음 1기가 확인되었고 이후 조사연구를 통해 오상리 산125번지 일대에서 10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4개의 받침돌을 세워 지상에 돌방을 만들고 그 위에 크고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탁자식과 땅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돌을 세운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바둑판식으로 구분된다. 오상리고인돌은 탁자식으로 돌칼·돌화살촉·민무늬토기 등이 출토되었다.

‘제1오염원, 축산계(가축) 48.6%, 제2오염원 생활계(인구) 39.1%, 제3오염원 토지계(농지 등) 12.3%.’ 1957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고려저수지는 농업용수로 적합하도록 수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질정화와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2곳에 인공습지를 조성하여 운영 중이다. 저수지 제방 아래의 안내판에서도 민가와 축사에서 발생하는 오폐수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수질정화를 위해 2년 전 조성된 습지는 침사지, 얖은 습지, 깊은 연못, 지하흐름습지 등으로 구성된다. 침사지는 유입수에 포함된 토사 등 입자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곳이고, 얕은 습지는 식생을 이용하여 침전, 흡착, 흡수 등을 통해 수질을 정화하며, 깊은 연못은 질산화와 생물서식처 구간으로 물속에 산소를 보충한다. 지하흐름습지의 상부는 식생을 이용한 정화를, 하부는 여과층을 이용하여 수질을 정화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고려저수지에서는 농업용수 적합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진행중이다.
고려저수지에서는 농업용수 적합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진행중이다.

농번기를 맞이하여 저수지에서 머물던 물은 수문을 흘러내려 망월평야의 드넓은 논을 비옥하게 한다. 법정 하천구간은 저수지 아래부터다. 저수지 아래에는 주중임에도 수십명의 강태공들이 하천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기러기떼가 북녘으로 떠난 망월평야에서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저 멀리 별립산이 보이고 종이학 모양의 망월교회도 눈에 들어온다. 오상양수장, 망월양수장,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내가천 농업용수를 평야에 논물로 길어 올리기 위한 양수장만도 둘이다.

가을이면 갈대와 억새, 콩과 수수 그리고 족제비싸리까지 풍요로울 물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저 멀리 석모도의 상주산이 보이고, 가지런히 쌓은 망월돈대가 가깝다. 나들길 안내판에는 망월평야가 강화에서 단일 간척지로는 가장 넓으며 마을이 벌판 한가운데 있어 달을 먼저 바라봐서 망월이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망월평야의 서쪽에는 북에서 남으로 무태돈대, 망월돈대, 계룡돈대까지 해안선에서 이어진다. 망월돈대의 북쪽과 남쪽 해안에는 바다로 뻗은 돌무더기가 보인다. 수제공이다. 일명 갈빗살 방조제이다. 거센 물살에 안쪽 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인데 어떤 이들은 군사적인 목적도 겸하고 있다고 말한다.

망월돈대에서 바라본 망월평야. 맨 왼쪽은 별립산, 왼쪽 멀리 보이는 산은 봉천산, 맨 오른쪽은 고려산이다. 
내가천은 석모도 상주산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곳에서 석모수로로 흘러든다.
내가천은 석모도 상주산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곳에서 석모수로로 흘러든다.

강화는 늘 한반도 역사문화, 자연생태의 중심이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수도인 개성과 한양의 관문이자 국방의 요충지였다. 5개의 진, 7개 보와 53개 돈대. 강화는 한곳 한곳이 역사문화의 현장이며 지금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품고 있다. 그렇게 내가천은 오늘도 석모수로로 흘러든다. 왼쪽으로 망월평야를 바라보니 망월돈대에서 계룡돈대를 향해 걷는 나들길에 1시 방향 석모도 쪽으로 작은 섬이 보인다. 섬의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빙~ 석성(石城)을 쌓은 섬돌모루다. 청와대 경호실과 별 서른 개가 얽혔다는 석돌모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인천경기만의 현대사(現代史)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