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 여행3] 대청도 모래울해변 - 푸른 바다와 해안가 적송과의 환상적 어울림
대청도 남서쪽 모래울해변. 원래는 사탄동해변이라 불렀다. 거센 파도가 수많은 모래를 밀고와 만든 해변이라 해서 모래 '사(沙)'자와 여울 '탄(灘)'자를 따서 불렀는데, 사탄보다 어감이 순한 모래울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방파제가 있는 해변 길을 걷다 윤보영의 시 한 수가 떠올랐다.
<모래와 바다> / 윤보영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바닷가 모래알 개수보다 세기 힘든 그리움은 뭘까? 시인은 넘실대는 바다에 다 담아낼 수도 없을 만큼 커져 버린 이 그리움을 아느냐고 말하는 듯싶다.
생각 같아서는 파도 소리와 함께 맨발로 하염없이 모래밭을 걷고 싶다. 발바닥에 느끼는 촉감을 느끼면서!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는 파도만이 거칠다.
백사장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어디 이뿐인가. 모래울해변 뒤편 바닷가 적송 군락이 기막히다. 거센 바닷바람에 몸 가누기 힘들었을까?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적송의 붉은 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품격이 남다르다. 거기다 키 큰 소나무의 늘 푸름까지! 한번 잡아끈 시선은 소나무숲길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 적송은 한 그루 한 그루 관리가 되는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한참을 걷다 안내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키가 크고 구부러지고 휘어진 가지가 기린을 닮아서일까? '기린소나무'라 이름이 붙여졌다.
고려시대 원나라 순제가 이곳 대청도에 유배를 왔다. 순제는 이곳 소나무숲과 모래울해변에서 사색하던 중 소나무들에게 '아들을 가져다주는 기린송이구나!'라 하였다. 예로부터 중국에선 기린송이 아들을 가져온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해변의 푸른 파도, 적송의 푸른 소나무숲이 대청도의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모두 보여준다. 명승지가 따로 없다.
사방에서 부는 산바람,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느릿느릿 걸어 본다. 잡념도 사라지고 눈도 귀도 마음까지도 편안하다.
한여름에 이곳 대청도 모래울해변에서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쉬어가면 참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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