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당하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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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하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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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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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문화회관의 복도와 게시판에도 한글은 온데간데 없이 'Sejong Center'라는 영어 표기만 있네요."

    재중동포 인터넷 매체인 조글로미디어의 조글로포럼란에 '한글나라서 외면당하는 한글'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의 거리 간판, 상표, 언론매체, 출판물 등에 넘쳐 나는 '와이프', '파이팅'을 비롯한 외래어 남용의 문제점을 뼈아프게 지적한 글이 소개됐다.

   '주청룡' 아이디를 가진 필자가 최근 올린 이 글은 "한국의 기업 중 회사명을 '엔지니어링'식으로 외래어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링'의 의미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동상 건립과 함께 새로 조성된 광화문 광장 옆의 세종문화회관을 지칭,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건물에 세종대왕의 이름이 한글보다 영어로 더 많이 적혀 있다고 하니 한글을 창제한 대왕에게 죄송스러운 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 간판 중에도 순수한 우리말인 '통구이'가 아닌 '바베큐' 간판을 내건 곳이 적지 않은데 이는 한국외래어 표기법상의 표기법('바비큐')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들은 영어 발음과 차이가 있어 영어를 잘 아는 외국인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본국 사람이나 외국인 모두 모르는 그런 간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안내 문구를 영어로만 표기한 식당 등 건물의 외래어 간판 사례를 들어 한국의 '옥외광고물 관리법' 미준수 문제점도 지적됐다. 광고물 관리법을 보면 '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 등에 반드시 한글 표기를 곁들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처벌 규정이 모호해 법이 있으나마나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한 식당에서 할머니가 '직원 전용'(staff only) 표기가 된 출입문을 무심코 열었다가 종업원들에게 무안을 당한 일도 지켜봤다고 소개했다.

   재중동포들이 많이 주거하는 중국 길림성 연변의 거리에서는 한 가지 간판에 한글(위)과 한자(아래)를 동시 표기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위반시 행정명령으로 철거시킨다고 그는 밝혔다.

   필자는 이어 "조선족들도 한국 나들이를 많이 하면서 습관이 돼 외래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이렇게 되면 몇 세대 후 우리 고유어가 점차 사라지고 고유문화를 보존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선어(한글) 인구가 7천739만명으로 세계 언어 중 13위이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한글을 9번째 국제어로 채택했다고 상기시킨 뒤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자기 말을 적는 공식어로 공인했고, 우리말은 컴퓨터 문자 입력시 그 어떤 언어보다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는 댓글도 적지 않다. 댓글은 "참 좋은 문장으로 진짜 동감한다"(dfg), "짝,짝,짝 손뼉을 칩니다. 힘이 납니다"(나라임자), 또 "님의 글을 한글학회에서 나오는 한글새소식에 올리려고 하니 허락해 달라"(이대로)를 비롯한 응원 메시지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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