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유는 '유정복 시장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의한 것
"R2블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오피스텔 난립 우려 차단해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B1·B2 블록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제안공모 개발사업(K-팝 시티)’을 전면 백지화했다.
인천경제청은 “제안공모 공표와 기자간담회 개최에 이어 주민의견 수렴 등 투명하고 공정한 개발사업 추진의사를 수차례 밝혔으나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주만들 간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의사를 타진한 잠재투자사들의 언론 노출 등으로 원할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23일 밝혔다.
송도 8공구 제안공모 개발사업(K-팝 시티 조성사업)은 상업용지인 R2 블록(15만8,906㎡)과 인근의 국제업무용지인 B1·B2 블록(5만1,463㎡)을 묶어 개발하면서 오피스텔 분양 등에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아레나(공연장) 등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인천경제청은 R2블록 소유자인 iH공사(인천도시공사)에 수의계약으로 매각이 가능한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것이 드러나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추진에 따른 특혜 의혹이 일자 지난달 25일 김진용 청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의계약을 결정한 바 없으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제안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김 청장은 “R2블록을 최고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아무런 공익사업 없이 오피스텔 약 1만세대 입주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해 오피스텔 난립 우려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제안공모 발표 다음날 수의계약 설로 문제가 됐던 케이씨컨텐츠(PFV, 프로젝트 파이낸싱 벤처)가 기다렸다는 듯 인천경제청에 ‘K-팝 시티’ 사업을 공식 제안해 ‘짜고 치는 고스톱’ 이라는 공정성 시비도 다시 불거졌다.
인천경제청이 지난 12일 연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B1, B2 제안공모-주민의견청취 행사’에서 참석 주민들은 대부분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과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상 건축물 허용용도에는 업무시설이 포함돼 있어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면 개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수용예정인구(상주인구)가 늘어나 인근 학교 과밀화를 비롯해 상하수도, 공원녹지, 통신, 전력 등 도시기반시설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견청취 행사에서는 ▲‘K-팝 시티’ 조성을 위한 아레나(공연장) 건립 등은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이 아니라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라 ▲개발을 서두르지 말고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유보하자 ▲8공구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할 상가(학원가와 대형마트 등 포함)와 주차장 등을 늘려라 등의 의견도 나왔다.
김진용 청장은 이날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오피스텔 세대수 제한을 포함한 공모지침서를 만들어 9~10월에 제안공모 공고를 내겠다”며 “법령에 따라 ‘K-팝 시티’ 개발사업은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수용해 제안공모 방식으로 전환했고 기존 사업자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안서 작성에 90~100일의 시간을 주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천경제청의 ‘K-팝 시티’ 개발사업 추진의지는 확고했는데 갑자기 백지화를 발표한 것은 유정복 시장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시장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대해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것’ 등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백지화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한편 송도 8공구 R2블록은 인천시가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유상으로 이관받아 iH공사에 현물 출자한 것으로 주거용 오피스텔 난립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거쳐 허용 건축물 용도에서 업무시설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