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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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갈 곳이 없다"
  • 이혜정
  • 승인 2011.10.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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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관광단지 고시'로 뿔뿔이 흩어질 처지 - 시장 빼앗길 우려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송도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땅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는 33만㎡ 규모에 입주 업체가 350여 개에 이른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바이어도 500여 명 머물고 있다.

1년에 20여만 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90%가 거쳐가는 곳이지만 머지않아 모두 뿔뿔이 흩어질 처지다. 송도관광단지 개발사업이 곧 고시되기 때문이다.

고시에 따라 토지 소유주가 본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게 되면 중고차 업체들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관광단지를 지정·고시할 경우 10여년 전부터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 아직 집단 이주 단지는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임차한 부지에 컨테이너 사무실과 1만7000여대의 중고차를 주차시켜 놓고 있다.

이들은 연간 15만여 대의 중고차를 동남아와 중동 등지로 수출해 연간 1조원의 부가가치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일대 땅 소유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40여 개 법인이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관계자는 "임시로라도 사용이 가능하고 장기적이나 영구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부분을 해줘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라고만 하니 답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청라 지구 준설토 투기장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현재는 허허벌판이다.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추려면 1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경인 아라뱃길 물류단지도 거론되고 있지만, 규모가 영세한 중고차 업체들이 토지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딱히 대안이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시 차원에서, 종합적인 차원에서 단지가 들어갈 만한 땅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밝혔다.

본디 유원지 부지로 조성됐던 이곳에 중고차 업체들이 들어선 건 10여년 전이다.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었지만, 인천시도 그동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아왔다.

이제 와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안도 없이 철거를 추진한다면, 어렵게 일군 중고차 수출 시장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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