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 3번째 시집 '바다에 남겨놓은 것들' 출간

노스텔지어의 환영 속 건져 올린 시 66편 담아

2012-01-16     송정로

“되찾길 갈망하나 그럴 수 없는 잃어버린 대상의 자리를, 마치 그 대상인 것처럼 채우고 들어앉은 것이 바로 노스탤지어의 환영이다. 그럼에도 그 끔으로 가득찬 풍경, 노스탤지어의 환영 속에서 시인은 시를 건져 올린다.

그속에서 시인은 떠나기 전의 자리(육지)로 아직도 돌아가는 중(입항)이며, 이미 거기서 다시 떠나고 있다(출항). 그렇게 떠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존재는 세계를 언제나 낯선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원(sailor)의 여정이다.”(이호, 문학평론가)

인천 출신의 시 쓰는 여경(女警) 박경순의 3번째 시집 ‘바다에 남겨놓은 것들’이 출간됐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근무하면서 ‘가도 가도 바다만 보이는 곳에서 1년을 보낸’ 후 나온 시들이다. 이제 시인도 ‘이제 뭍을 그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바다에서 바다처럼 살고 싶어’하며 시집을 냈다. 그의 이번 시집은 ‘새는 앉아 또 하나의 詩를 쓰고’(1997), ‘이제는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2002)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것이다.

제1부 ‘출항’에 31편, 제2부 ‘말도를 기다리며’에 18편, 제3부 ‘고백’에 17편 등 모두 66편의 시를 담아냈다.

시인의 나이 오십, 중년에 나온 시집에서 그는 보다  깊이있는 시어들로 바다와 같은 생을 조망하며 노스텔지어의 조각들을 꿰 맞춘다.

<결단>

내 나이 43을

바다에 버렸다

 

바다에 빠진

나이는 잠시 중심을 잃더니

금세 자리를 잡았다

 

게들이 모여들었다

신기한 것을 만난 양

툭툭 대다가

이내 가버리고

갈매기도 서너 마리

기웃거리다

날아가 버렸다

 

이 망망대해

흘러 가다가

곧 길을 잃겠구나

 

깨어지고 깨어져서

아,

다시 태어나고 싶다


시인은 1991년 <시와 인식>으로 등단해 <한국수필> 신인상, <현대시인협회> 회원, <내항> 동인으로 활동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