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엔 '문화정책'이 없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통' 아쉬워

2010-04-08     김도연


인천시의 '문화정책'은 하드웨어 구축과 기존 프로그램의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취재 : 김도연 기자
 
인천시에 '문화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공간 부족'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고 '하드웨어'에만 힘을 쏟았지, 정작 그를 이끌고 갈 만한 정책 개발이나 인재 육성 등 '소프트웨어' 구축에는 소홀했다는 게 대다수 문화·예술 관계자의 시각이다.
시는 '문화정책'에 대한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당하는 쪽은 결국 시민들이다.
어떻게 해야 시는 '문화정책'을 올바로 세우고, 시민들은 그 결과물을 맛볼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일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인천예총과 인천민예총, 해반문화사랑회 등 인천지역 8개 시민문화단체는 '문화 인천'을 위한 정책 제안을 했다. 이들 단체는 제안에서 "모든 단체장들이 문화에 대해 정책적으로 접근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인천시 정부의 정책 기조는 물론 문화를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을 비판했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는 지금, 당시 시민문화단체들이 제기했던 비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천시에는 아직 변변한 '문화정책'이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변변한 문화정책이 없다
 
시민들의 기억에는 그동안 인천시에서 '문화정책'이란 걸 내놓은 적이 없다. 문화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문화 인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면, 지난 2003년 해반문화사랑회에서 마련한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중장기종합발전계획'이 고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인천시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만한 계획은 없었다"고 말한다.

인천시는 그동안 인천의 문화 환경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비판과 지적에서 벗어나고자 '공간 부족'이란 인식에만 매달려 '하드웨어' 구축에만 열을 올렸다.
 
이러한 부분은 안상수 시장의 공약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난해 7월 인천경실련이 실시한 민선4기 3주년 인천시장 공약이행 만족도 조사 결과, 안 시장의 문화관련 공약 18가지 대부분이 시립미술관 건립 등 건축물 신축이나 인천아츠프로그램 정착 등 기존 개발 프로그램의 운영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올해 업무보고에도 지난해 문화 분야의 주요 성과로 문화시설의 인프라 확충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소프트 개발, 도시축전과 연계한 각종 문화 행사 추진이 전부다. 인천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조사한다거나 의견 수렴을 통해 인천시만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명색이 대한민국 3대 도시로 꼽히면서도 인천시는 그동안 변변한 문화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문화 인천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명품도시' 타령에 실종된 '문화 행정'


 올해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의 비전은 '문화레저스포츠의 명품도시 인천'이다.
 
올해 인천시의 문화 관련 비전과 목표는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명품도시 구축'에 맞춰져 있다.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은 올해 "소통의 문화공감 도시, 세계인이 찾는 한국관광 중심도시, 시민과 함께하는 건강한 도시를 바탕으로 한 '문화레저스포츠의 명품도시 인천'"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문화예술 인프라의 지속적 확충, 대표축제 육성 및 문화예술 지원, 생활속에서 소통하는 문화복지도시 조성, 미래 지향적 문화영상산업 육성 및 발굴, 전통문화 체계화 및 문화 시설 확충, 무형문화재 스토리텔링화 등의 사업 방향을 수립했다.
 
여전히 하드웨어 구축과 기존 프로그램 운영 내실화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정책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한다거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중장기종합발전계획'에서는 인천시 문화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인천시 문화의 기본 목표는 문화적 다양성과 문화 정체성 확립, 시민참여의 균형적인 문화도시로의 발전, 미래지향적 도시이미지 구축 등의 지향점을 갖는 '창조적 국제문화도시, 다문화공존 융합도시'였다.
 
당시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인천시는 이를 외면하고 오로지 허울뿐인 '명품도시'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계획에서 반영된 상당수 사업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명품도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현실화했을 뿐, 문화정책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정책' 필요


인천문화재단은 조만간 문화정책 방향을 제시할 '인천문화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문화재단에서는 곧 '인천문화도시기본계획'을 내놓는다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시민들은 인천시가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이 계획을 통해 인천시 문화정책의 기본을 담아내길 기대한다.
 
이번 계획에는 '문화 다양성 존중', '문화 공공성 확대', '문화 자생성 강화' 등 세 가지 가치가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2003년 계획과 비교해 상당부분 겹치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인천시는 방향성을 놓치고 있다.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문화 공급자이자 동시에 수요자다. 시민들을 위한 사고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이란 복잡다기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문화정책의 방향으로 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종 문화시설 구축에 집중하는 인천시의 사고에는 "정말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통'을 통해 마련된 기준이 아니라,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고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인천시의 현 방향에 대해 "시민들을 위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인천이란 도시 전체를 외형적으로 빛내기 위해 건립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문화정책에는 시민들의 생각과 욕구가 반영돼야 한다"며 "문화정책의 방향은 시민들이 세우는 것이지, 시 행정부나 전문 예술가들만 점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