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100일, '팥소 없는 찐빵'

개통 뒤 화물선 10척만 오가 - "허구성 고스란히 보여줘"

2012-09-04     이장열

취재: 이장열 기자
 
지난 9월 1일은 경인아라뱃길이 개통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아직 기반시설은 채 준공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부대시설을 마무리하는 오는 9월 말경 아라뱃길 공사를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5월 25일 배는 띄울 수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통식을 거행했다. 
 
물류의 경제성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아라뱃길 개통 당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제 막 개통되었다. 차츰 나아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개통 100일 지난 시점에서 아라뱃길 핵심인 물류 기능에는 진전이 거의 없다는 통계가 나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아라뱃길 100일 운영실적은 '뱃길에 배가 없는 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곧 '팥소 없는 찐빵' 신세로 전락한 수치가 나왔다.
 
개통일 5월 25일 기준으로 100일간 아라뱃길로 들어온 화물배는 컨테이너선 2척(38회), 철강선 2척(4회), 일반화물선 4척(8회)이 모두다. 화물선 10척이 아라뱃길을 운항했다는 수치다. 화물선 10척의 운항횟수도 60회에 불과하다. 이틀에 약 한 번 꼴이다.  
 
특히 아라뱃길 끝 지점에 있는 김포터미널 화물선 이용 수치는 듣기 딱할 정도다. 7월24일에 일반화물선 1척 2회 운항이 끝이다. 대부분 아라뱃길 입구에 위치한 인천터미널에 화물선 7척이 46회 이용했다.
 
이에 대해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화물선이 아라뱃길 개통 뒤 100일 동안 10척에 불과한 것도 한심한 일이지만, 그것도 아라뱃길 끝 지점에 있는 김포터미널까지 화물선이 들어간 것이 1척에 불과하고, 대부분 아라뱃길 입구에 있는 인천터미널에 화물선이 정박한 수치는 아라뱃길 허구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현재 배로 나르는 비용보다, 육지로 화물을 수송하는 게 비용이 덜 드는 상황이다. 아라뱃길에서 '뱃'자를 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라뱃길의 100일간 실적은 물류기능이 전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수치라고 물류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사업처는 8월 29일 기준으로 컨테이너 화물은 5월 1만3천280t, 6월 2만2천144t, 7월 2만8천992t, 8월(29일 현재) 3만1천856t를 기록했고, 일반 화물은 5월 3천500t, 6월 1만125t, 7월 1만3천419t으로 늘었다가 8월(29일 현재) 3천509t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18일 ‘경인아라뱃길, 한강주운사업의 허구와 남아있는 과제’ 토론회  

지난 7월 18일 '경인아라뱃길, 한강주운사업의 허구와 남아 있는 과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 바 있다. 경인아라뱃길의 허구성을 확인하고,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사업처가 8월 29일 기준으로 만든 자료에는 아라뱃길 주기능으로 자리잡은 '화물선 물류 운송 기능'은 한 장으로 정리해 놓고, 15쪽 분량 자료 대부분을 '관광 레저'와 '문화' 부분을 담고 있다.  
 
이처럼 아라뱃길 개통 100일 기록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않은 100일이지만, 투입된 세금만 2조 2000억 원이 넘고 앞으로 유지관리비로 매년 200억 이상 투입될 세금까지 생각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아라뱃길에는 '주객이 전도'됐다. 아라뱃길이 '물류'에서 '문화 관광'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한국수자원공사 행보 때문이다.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명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