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상식?

[정치칼럼] 이준한 /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3-10-07     이준한
며칠 전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새로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전매특허 용어인 ‘국민’ 대신 ‘상식’을 운운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면 서울시장 후보부터 내는 게 상식”이란다. 안철수 신당은 전국정당을 표방하는데 이 전국정당에 서울은 물론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도 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단서를 달았다. 안철수 신당이 안 되면 전국정당 대신 지역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말이다. 참 안철수 의원 쪽은 상식이 자꾸 달라져서 헷갈린다.
그런데 더 헷갈리는 것은 안철수 의원 쪽이 언제부터 그렇게 상식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지난 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5-6월부터 이제는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온 국민이 들끓을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가 9월 중순이 되어서야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했다. 그 뒤에는 이제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야권이 들끓어도 묵묵부답했다. 그런데 시간을 끌고 더 끌고 막바지에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이 넘어가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도 송호창 의원은 아직 안철수 의원(당시 대선 후보)과 단일화 방식은 물론 단일화 자체에 대하여 논의해본 적이 없다고 생방송에서 말했다. 그때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나는 국민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라고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당신네들이 정말 그렇게 순박한 거냐고 송호창 의원에게 되물은 것이 기억난다. 한마디로 안철수 의원과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송호창 의원이, 삼척동자도 토론하는 후보단일화에 대하여 의논해본 바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1년 만에 상식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쪽이 그렇게 찾던 국민들의 상식은 다른 거 같다.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은 “정당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사람은 상식이란 게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이 내가 뭘 크게 잘못해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몰라도 내가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새롭게 (후보를) 내시기야 하겠느냐”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고 해도 박원순 현 시장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래도 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면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이 양보해서 당선시킨 박원순 시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게 상식 아닌가?
지난 4월 24일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안철수가 출마한다고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노회찬 전 의원이 어떻게 자리를 잃은 곳인데 거기를 차지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했다. 그런데 대통령후보급인 안철수가 국정경험을 쌓겠다는 명분으로 결국은 며칠 만에 서둘러 귀국해서 출마하고 또 당선되었다. 국회에 입성할 때는 안철수 의원이 모든 뉴스메이커가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하나의 역할도 제대로 하는지 모르는 형편이 되었다.
새정치를 한다는 안철수 의원은 상식적으로 잘 생각해봐야 한다. 10월 30일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포항시 남구울릉군에 훌륭한 후보를 이미 물색해 놓았다고 몇 번씩이나 말해왔다. 그런데 추석을 전후해서 이번 재보궐선거의 규모가 줄어들어서 내년 지방선거에만 전념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때도 상식적으로는 왜 준비된 훌륭한 후보자를 포항시 남구울릉군에 출마시키지 않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은 그 후보와 유권자에게는 몰상식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철수 의원이나 송호창 의원의 상식이 무엇인지는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전국정당은커녕 새로운 지역주의 정당이나 만들고 끝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안철수 신당이 가능성을 보고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이 호남이다. 그래서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호남지역정당의 창출이 안철수의 새정치인지 국민들의 상식에서는 매우 의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