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걸인2

김기래의 ‘농담’-두 번째

2014-06-27     이재은 기자

▲ 걸인2(2014. 5. 13./남구 주안역 뒤)


 

별이 반짝이는 밤이었다.

몇 대의 담배를 피웠는지 모른다. 성한 것 없이, 언제나 8.4cm보다 짧았다. 버린 입술을 주워 뻐끔하고, 또 다른 입술을 빌어 한 모금 했다. 한숨을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연기는 매번 깊고 무겁게 토해졌다.

이런 인생을 바랐던 건 아니었다. 예감한 적도 없었다. 언제부터 틀어졌을까. 술을 마시다가 문득 앞날을 예견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반성이 부족한 탓일까. 사람을 너무 믿었던 건지도 몰라. 셈 공부를 좀 더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 열 손가락을 날개처럼 활짝 펴자 매운 담배꽁초가 툭, 떨어졌다.

일단 일어서기라도 하자. 아침을 기다려보자.
 

하얀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사내는 뛸 준비를 했다.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 하늘을 보기 위해 단단히 운동화 끈을 맸다.


 

사진 김기래(사진공간 배다리 수석운영위원)/ 글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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