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인들,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10일 저녁 예술가들 자발적으로 모여 퍼포먼스 펼쳐

2014-10-12     배영수 기자

추모의 의미를 담은 촛불이 무대 앞에서 타오르고 있다.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외쳤다.

신종택 행위예술가를 중심으로 인천에서 활동 중에 있는 문화예술인은 10일 저녁부터 부평역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행사를 가졌다.

‘세월호-Yellow Performance’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풍물패 더듬의 공연과 성악가 유영미, 부평구의원을 겸하고 있는 노래꾼 오흥수 시인 이종복 등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 행사의 특징은 주최 란에 ‘인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특정 단체가 아닌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열린 것에 의미가 있다. 현재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유족들을 위로해야 하는 문제가 단 한 개도 제대로 풀린 것이 없는 것에 대해, 예술인들이 나름의 저항의 의미를 보여준 것이라 할만 했다.

성악가 유영미가 열창하고 있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곽경전 시민운동가는 “사고 당시 배를 책임지던 어른들이 자기 혼자 살기 위해 탑승했던 순진한 학생들을 속여 내보낸 방송 때문에 많은 희생자가 생긴 세월호 참사는 현 정부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유족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남김없이 진실이 밝혀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술인들이 정부에 요구한 것은 독립적이고 강력한 권한의 진상규명기구를 설치하고 선장 등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와 증거 확보,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것, 그리고 사고의 전 과정을 조사 범위로 선정하는 동시에 충분한 조사기간 보장,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 및 정부기관의 관련 정보 투명 공개 등이다.

또한 관련자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과 행정 및 정치적인 책임, 관련 법제 및 관행의 개선 등 재발방지 시스템의 완벽한 구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냈다.
 

세월호 참사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한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 예술인들의 행사는 광장에 마련한 무대의 공연과 서명운동 등을 위주로 펼쳐졌으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 6시 무렵부터 광장을 지나던 몇몇 시민들은 관심을 보이고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행사에는 아쉬운 점도 종종 보였다. 시작을 예고한 시점이 오후 5시임에도 공연은 6시가 다 되어 시작됐으며 무대 설치 중에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예술인들의 행사 치고는 부족한 준비가 많이 드러났다. 이벤트나 공연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없었다 하더라도 조금은 납득이 안 되었던 부분. 또한 예술인들 중심의 행사로 진행되다 보니 지나가던 시민들이 서명운동 탁자를 보고서야 알았을 정도로 행사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못했던 점과 참여한 시민들의 적은 수 역시 아쉬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획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잘못된 정치와 관행 그리고 국민을 뒷전에 둔 현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제법 큰 의미로 남을 만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행사 자체를 현수막에 걸린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하는 모습은 좀 아니다 싶었지만, 서울과 달리 인천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소리를 높이는 것은 다행”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본지 [인천in] 역시 시민 참여 중심의 노란색 배너와 현수막 제작 등의 운동을 펼쳤으며, 일부 시민단체들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관련 운동을 했던 바 있다.
 

묵묵히 관람하던 시민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