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하루

장덕윤의 ‘두 도시’-첫 번째

2014-12-18     이재은 기자

▲ 2014. 11. 11/부평구 산곡동

 

내가 사는 도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죠. 우산을 들었지만 빗방울은 바람에 떠밀려 내 몸을 톡톡 건드렸어요.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는데 길 끝에서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켠 차가 들어왔어요. 먼 불빛에 반짝이는 빗줄기가, 빗방울이, 그 그림이 묘하게 아름다웠죠. 주머니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우산을 모자처럼 쓰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어요. 뒤늦게 저를 발견한 차가 브레이크를 잡고, 동시에 저도 찰칵. 야아옹, 이 습기와, 이 소란과, 이 사건은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제 발 밑으로 천천히 고양이가 지나갔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회색고양이. 눈이 아주 노랬죠. 꼬리로 제 발목을 툭 건드린 것도 같았어요. 나비 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듯한 애정 표현. 그러고 보니 그 날은 바닥을 뒹구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쓸리며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어요. 멍하니 하루를 보냈죠. 집착이 과했던 건지도 몰라요. 이 도시에 없는 당신 생각.

 


사진 장덕윤(아마추어 사진가)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