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과 총선

[정치칼럼] 김송원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2016-04-12     김송원
  
20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기까지 전 과정을 보노라면 거의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지켜보고 있는 국민과 유권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굶주린 사냥개처럼 오직 권력이란 먹이만을 향해 돌진하니 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선거구 인구편차 조정)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할 때만하더라도 거대 여·야 정치권은, 겉으로는 다투었을지언정 속으로는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호남 지역을 기반에 둔 양측 공히 농·어·산촌지역의 대표성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특히 기반 하는 지역의 선거구 수 및 자당의 의석수와 직결되는 사안이었기에 실상 정치적 해결방안은 일맥상통했을 거다.
 
권력을 향한 치열한 공방은 공천 파동으로 나타난다. 4.13 총선의 공천을 두고 벌인 친박(親朴)-비박(非朴) 갈등과 대립은 언론의 경마식보도로 마치 국민적 관심사인 냥 호도됐다. 무(無)공천, 옥쇄투쟁 등의 낱말이 저잣거리를 누비며, 대단한 역사를 쓰는 냥 호들갑이었다. 내막은 영남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대권을 향한 권력투쟁이었는데 말이다. 이에 질세라 야당 또한 호남 벌판을 두고 똑같은 수순을 밟았다. 탈당, 분당 그리고 야권연합 및 제3의 정당 등등, 양상만 다를 뿐이었다. 어차피 정치란 권력 획득과 정권 창출이기에 그들만의 잔치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관객에 대한 예의는 보여주길 바랐다.
 
# 공천 파동, 기성 정치세력의 기득권 나눠먹기
 

공천 파동의 후유증은 이번 총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마도 선거 이후가 더 볼만할 거로 예상된다. 당장 법정 공천 기한을 턱밑까지 맞춘 시점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둔 듯 “복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되더라도 돌아오는 건(복당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 공천 결과에 불복해서 탈당한 현역 의원 11명 중 대부분이 비박계인 가운데 친박계 윤상현·김태환 의원도 있다. 이들도 이번 총선에서 복당을 역설하며 선거운동에 한창이었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막말 파문으로 드러났듯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결국 양측은 복당을 매개로 또 한 차례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대선을 향해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 것이다. 결국 차세대 주자들이 미래권력을 두고 벌인 파동이었던 거다.
 
야당은 군웅할거(群雄割據)를 방불케 한다. 탈당과 분당, 연합 등의 과정도 실상은 공천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세대교체, 차세대 주자 등을 상징하는 등장인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대선 레이스를 밟아가고 있을 뿐이다. 특히 총선 이후에는 관망만 하던 인사들도 광폭행보로 그 모습을 드러낼 거다. 모습은 달라도 권력투쟁임은 사실이다. 여·야 정치권의 군웅들은 모두 이번 공천 문제가 미래권력을 위해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였던 거다. 그리고 승부처가 기존의 영호남과 함께 충청이 새롭게 등장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결국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렸던 공천 파동은 여·야 기성 정치세력의 기득권 나눠먹기에 다름 아니었다. 승부처에서 빗겨있는 인천은 정쟁 후 남은 게 하나 없는 신세라는 거다.
 
# 총선 후, 대선을 겨냥한 정치개혁 운동 전개해야
 
정책마저 실종된 4.13총선을 치룬 인천시민은 어찌해야 할까.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세종시 이전, 수도권에 공급할 전력, 에너지, 쓰레기처리 시설의 인천 집중 배치, 국가경쟁력을 위해 조성한 항만·공항·경제자유구역에 덧씌워진 수도권 규제 등의 문제를 비롯해서 지역 패권적 정치구조로 인한 정부재정의 정치적 왜곡 배분이 엄존한데도 그간 인천을 대표해서 기존의 지역 패권을 깨뜨리겠다는 동량지재 하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스스로 중앙 중심적인 사고에 빠져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는 거다. 기성 정치권을 상대로 정치개혁을 외칠 때 중앙집권적 정치의 폐단을 역설하지만 정작 자신은 지방분권적 과제에 얼마나 관심과 지지를 보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역대 선거에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한 정책들을 보면 대다수가 보편적인 이슈에 기반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현장과의 괴리는 커져만 갔다. 작금의 공천 파동과 지역 패권적 선거구 획정 등도 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시민의 힘이 미약한데서 오는 거다. 현장 시민과의 공감대와 유대감이 있었다면 이러한 사달은 나지 않았다. 권력과 재정 등 제반 권리를 중앙 집중에서 지방으로 분권해야만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걸 인천 시민사회가 합의할 때다. 그래야 대선을 겨냥한 정치개혁 운동을 펼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혁, 국회의원의 소환제 도입 등 특권 내려놓기 그리고 분권형 개헌 논의도 진전시켜야 한다. 이번 총선은 정치개혁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