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그 후, 월미도 원주민들의 66년간 피맺힌 실향

귀향대책위와 시민단체, 민간인 희생자 배상 및 생존자 대책 마련 촉구

2016-08-25     김영빈 기자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왜곡을 규탄하고 미군 폭격으로 희생되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월미도 원주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월미도 원주민들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인천시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0년 9월 10일 새벽 인천상륙작전을 앞둔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과 기총소사로 월미도 어촌마을 주민 100여명이 죽고 생존자는 피란을 나왔다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며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월미도 원주민들에 대한 미군의 학살, 영흥도와 덕적도 탈환에 나선 해군첩보부대와 켈로부대의 원주민 학살 등 민간인 희생은 다루지 않고 헐리우드 식으로 포장해 첩보부대원들을 전쟁영웅으로 부각시켜 이 땅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전쟁에 대한 성찰조차 방해하는 나쁜 영화”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미군이 월미도에 주둔하면서 원주민들의 접근 조차 금지했고 1971년 우리 해군이 주둔하면서 원주민들의 땅을 국유화한 가운데 귀향대책위를 구성한 원주민들이 인천시, 국방부, 청와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해군, 국회에 탄원서를 수도 없이 내고 눈물로 귀향을 호소했지만 아직도 고향인 월미도에 돌아가지 못한 채 대부분 사망했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도 80대의 노인이 됐다”고 개탄했다.

 원주민들의 한이 서린 월미도는 인천시의 군부대 부지 매입을 거쳐 월미공원 조성이 추진되면서 2001년 반환 기념식이 열려 월미산이 50년 만에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살아남았으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월미도 원주민들은 지난 2004년 월미공원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해 장장 12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6년 한광원 의원이 ‘월미산 원주민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사건 발생 58년 만에 100여명이 희생된 월미도 미군폭격사건 진실규명을 발표했으며 2012년 문병호 의원이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추진한 법 제정은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 9월에는 인천시의회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조례’를 제정했으나 조사사업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고 올 들어 지난달 ‘인천상륙작전’이 개봉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월미공원 상륙현장을 방문하고 이후 영화도 관람하는 등 애국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과 인천 중구는 매년 열리는 연례행사인 ‘9.15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 및 재현행사’를 다음달 9일 열고 월미도 원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승 기념식 이틀 후인 11일 월미공원에서 ‘66주기 제10회 월미도 미군폭격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갖는다.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월미도 원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인천상륙작전’ 제작자는 머리 숙여 사죄할 것 ▲국가는 미군 포격으로 인한 월미도 원주민들의 피해 및 국방부가 멋대로 국유화한 주민들의 토지·가옥에 대해 성실히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속히 귀향대책을 마련할 것 ▲미국은 1950년 9월 10일 새벽 월미도의 민간인 거주 어촌마을에 무차별적으로 가한 네이팜탄 포격과 기총소사 등 모든 작전자료를 공개하고 한국전쟁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개 사과 및 배상할 것 ▲국방부와의 잘못된 토지거래와 월미공원 조성으로 원주민들의 귀향을 오히려 가로막는 인천시는 66년간의 실향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군의 포격으로 가족과 이웃을 잃고 고향에서 내쫓긴 채 66년간 억울하게 살아온 월미도 원주민들에게 법조문 타령만 늘어놓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대체 왜 존재하느냐”며 “정부와 인천시는 이제라도 행정력을 총동원해 월미도의 토지 소유권과 거주권의 실상을 정확히 밝히고 원주민들의 귀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