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땅 팔아 부채 감축 인천시, 무조건 나쁜 일인가?

“예산전용 바람직하지 않지만 균형발전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의견도

2016-10-24     배영수 기자

 
인천시의회 및 국회 일각에서 인천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몫으로 구분할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사용해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기반공사를 인천시가 주도했던 점, 그리고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지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송도지구가 지역구인 인천시의회 정창일(연수1, 새누리)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제236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시가 경제자유구역 특별회계에서 무단으로 이관한 예산이 2조 원을 넘는다”며 “옳지 않은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인천경제청의 송도국제도시 토지 약 22만 5,000㎡를 시세보다 싼 공시지가로 시로 유상 이관했다. 이로 인해 토지자산 이관금액은 총 2조 5,000억 원이며 그 외 분담금, 이익잉여금 등의 명목으로 특별회계 현금 1조 2,600억 원을 일반회계로 이전했다.
 
시는 이러한 이관금액 상당수를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감축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인천경제청에는 이를 분할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총 2조 5,000억 원 중 지금까지 상환된 금액은 2,150억 원 정도에 불과하기는 하다. 결국 지난해 6,302억 원이었던 경제청 특별회계 예산 규모가 올해 4,157억 원만 편성돼 65%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게 정 의원의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송도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연수을, 새누리)이 자신이 소속된 예산결산특별위에서 “시가 송도국제도시 땅을 팔아 부채를 해결하려 하는데 미상환액은 조속히 납입하라”고 주장했다.
 
행정자치부도 시의 예산 전용을 문제 삼고 있다. 경제청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해 저소득층에 대한 지역사회 복지사업과 복지시설 주거환경 공사비 등으로 추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인천시 감사 결과에는 인천시가 인천경제청 회계로 편성된 지역사회 공헌사업비 14억 9,000만 원 중 4억 4,000만 원을 갖고 지역 저소득층에게 연탄 등 물품을 지원하고 복지시설 주거환경 공사비로 투입한 내용이 있다. 행자부는 “경제자유구역사업 특별회계는 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을 조성하거나 개발 및 투자유치에 필요한 범위에서 써야 하는데 시가 특별회계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정부와 국회, 시의회가 인천시의 예산 전용에 대해 “예산 집행 주체와 목적을 흐릿하게 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도 주민 일부로 구성된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오는 26일 오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주민 1천여 명이 모여 항의집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대의 한 학생은 “일부 아파트 테라스에 그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뜻으로 빨간 수건 같은 것들을 건 것도 봤다”고 말했다.
 

 

사실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부와 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지역 시의원까지 나서서 무조건 질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경제자유구역이라도 해도 인천시가 소위 ‘대주주’ 같은 자격과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는 송도와 청라 등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 후 거대한 재정과 행정력을 투입해 기반공사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것을 장기간 지원해 오면서 원도심 등 인천시민들의 적지않은 희생을 담보해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경제자유구역인 셈이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조성 초기부터 쏟아부은 인천시의 예산 및 행정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온 구도심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오기도 했다. 
때문에 예산을 전용해 복지예산에 쓰거나 부채 감축 등에 사용한 것을 ‘자기 지역구’라 하여 문제 삼아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이 원도심 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예산 전용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으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허용할 수도 있고, 공유수면 매립이나 경제청 특별법 등으로 이들 구역에 입는 혜택이 꽤 많은 만큼, 특별한 상황에서의 예산 전용을 “무조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부분도 있다. 또 송도나 청라 등도 엄연히 인천 땅인 만큼, 지자체로서는 엄연히 중앙정부와 같은 방향의 ‘균형 발전’을 전제해야 하는 것도 의무사항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정난으로 인천시민들 모두가 그 짐을 공동으로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경제자유구역을 위해 인천시가 물질적 정신적인 부분을 쏟아 부은 게 얼마인데, 그 문제는 외면하고 자기들 주장만 하는 것은 존중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정복 시장 역시 “미상환액은 꾸준히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발상 자체는 심히 곤란한 것”이라며 이러한 의견을 일축하기도 했다.
 
중립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균형 발전을 전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균형발전은 국가가 이야기하는 전제이지만 지방정부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만큼, 잘 사는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 일부를 생활 터전이 취약한 지역으로 옮겨 균형을 맞추는 것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균형 발전의 전제 하에 경제자유구역이 국가에 의해서 타 지역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일종의 ‘리딩 존’으로 특별 지정된 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발생한 개발이익의 지정 목적에 맞는 재투자는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도 주민들에 대해서는 “지정 목적에 맞는 재투자의 측면이 아니라 분양가에 대한 개발이익을 내놓으라는 논리가 더 강해 보이는데, 그러면 정말 지역 이기주의일 수 있다”면서 “지정 목적에 맞는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의 측면으로 인식하고 주장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