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학·생·인·권 4행시

제18화 '희망촛불'의 원동력, 우리 애덜 / 한상원(대인고 교사)

2016-12-28     한상원
<사제동행 족구대회>


매년 11월 3일경에 대인고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하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교생을 대상으로 계기교육을 해오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인천지부의 후원과 대인고의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로,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학생의 날을 기념했다. 새로 기획된 행사는 「학.생.인.권 또는 학.생.의.날 4행시 공모전」과 「사제동행 족구대회」였다.

사제동행 족구대회는 선생님들의 참여가 저조해 4팀만 참가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4행시 공모전에는 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이 예상외로 컸다. 공모전을 주관한 학생회 임원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학생들의 남다른 의식수준에 우수작 선정이 쉽지 않았다.'며 행사 진행을 도와준 선생님들에게 수합된 작품을 공유해 주기도 했다.
총 89편의 응모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35편의 작품은 11월 3일 날, 학교 곳곳에 게시되었다. 사전에 이미, 행사의 취지와 내용이 학교선생님들께 전해진 터라,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내용조차 여과 없이 공개될 수 있었다.

학생의 날 기념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끈 대인고 학생회장(17, 조영수)은 “이런 행사를 통해 학생의 날 제정 배경 을 알고, 많은 학생들이 학생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 깊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우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을 정도”라며 “35편 모두 소개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4행시 우수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학년 김○○
학업에만 전념할 때가 아닙니다.
생각이라는 것도 종종 해보며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의존적인 사람이 되기보다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
날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학생이 되어봅시다.
 
1학년 정○○
학생들의 열정을 모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하려하니
의로운 일로 남게 하소서.
날마다 우리 기억에 남기를...
 
1학년 김○○
학생들은 들으라! 지금 이
생생한 우리의 역사를
의롭게 여겨 모든 세상에
날개를 달아 퍼뜨려라.
 
1학년 엄○○
학생들이 몸을 걸고 싸우던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라. 그들을 기억하라. 그렇지 않다면
인권이 다시 또 무시되는 날이 온다면
권리와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다.
 
1학년 김○○
학생의 날을 아나요? 처음 독립 의지가 모여 학생들이 모인 날이죠.
생을 비참히 마감하기도 한 날이죠.
의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죠.
날씨가 좋으니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건 어때요?
 
1학년 임○○
학생 여러분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인권이 지켜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권력을 가진 자가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1학년 박○○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지난 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은 자들에게서
권리를 쟁취해 내리라.
 
1학년 이○○
학수고대하던 조선의 멋진 용사들께서
생사가 걸린 위험한 일에도 굴복하지 않고 멋지게 싸워주신 덕분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권장합니다. 이 글짓기하는 것을. 색다른 경험이고, 삶을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1학년 김○○
학교의 반복되는 하루와
생각이 많은 시간들 속 우리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선물해 줍시다.
날씨 추운 날, 따뜻한 햇살처럼
 
1학년 임○○
학생의 대부분은
생기부, 내신 성적, 스펙이라는 어둠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어쩌면 우리
의 인생 중에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빛내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날만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싶다.
 
1학년 임○○
학생이라면
생명과도 같이 지켜야 하는
인권! 함께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권리입니다.
 
1학년 장○○
학생 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의리로 똘똘 뭉쳐 불의에 맞서 싸우던 그분들의 태도
날이 지난 오늘날도 꼭 필요하고 배워야 할 태도입니다.
 
1학년 김○○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받아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우리의 뜻을 펼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행동을
날마다 조금씩 실천한다면 우리나라가 변화되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1학년 신○○
학생으로 살면서
생각과 자유를 억압 받아
의거하여 자유를 되찾았던
날을 몰랐지만 지금부터라도 알고 기억하겠습니다.
 
1학년 유○○
학생이란 이름으로
생기부에 얽매이며
의도치 않은 공부를
날마다 하며 살아가야 한다.
 
1학년 김○○
학생의 날은 항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서 학
생들에게 자율적인 역량과 애국심을 함양시키기 위해 제정된 정부 주관의 기념일입니다.
의미 있는 날인만큼 다른
날과는 다르게 ‘학생의 날’을 보람차고 알차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1학년 이○○
학생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생활하면서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권’을 지켜주세요.
 
1학년 정○○
학생들이
생명을 걸고
의로운 뜻을 가지고 학생이 모여 독립운동을 한
날인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우리는 그 분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1학년 허○○
학식과 덕망을 갖추신 여러분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에는
생활하기 힘들 만큼 일본군들의 간섭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로운 학생분 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날 희생해도 우리나라가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학년 황○○
학생들은 잊지 말고 기억하라
생생했던 선배들의 독립 투쟁을
인지하고 지켜라 우리의
권리를, 정신을, 민족을
 
2학년 정○○
학생이라는 신분과 일제의 거센 탄압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던
생명력, 질긴 생명력을 품은 여러분의 모습들 이제는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의롭지 못한 일제의 행위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신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 저희들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여러분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잊지 않겠습니다.
 
2학년 김○○
학생여러분 감사합니다.
생명을 걸고 싸워주셔서
의미가 있는 일을 하셨습니다.
날짜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의미를 기억하겠습니다.
 
2학년 남○○
학생이라고 해서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의무를 다할 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2학년 장○○
학생의 미래와 꿈은
생활의 거름이고,
인권의 존중과 대우는
권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닫게 한다.
 
2학년 박○○
학생이라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2학년 윤○○
학...학...학... 학생으로
생활하기 정말 힘드네.
인생 살기 힘들다. 그러니
권리를 지키자!
 
2학년 정○○
학생들이 굴욕적으로 탄압 당하며 권리를 침해받던 날, 지금은
생각할 수도, 상상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인권은 천부적인 권리이나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권리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내 자신도 왠지 모르게 부끄럽습니다.
 
2학년 조○○
학생들은 학습이 목적이 아니라
생기부가 목적인
의미 없는 활동을
날마다 행하고 있다.
 
2학년 권○○
학생들이 1929년 11월 광주에서 항일운동을 일으킨 것처럼 학생들의
생명과 인격, 학습할 권리 등을 지켜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기능은 학생들이
인격적인 행동과 남을 배려하는 존중과 열심히 학습하는 행동이 지켜졌을 때에만 성립하는
권리이다.
 
2학년 이○○
학생은 공부만 해야 하며
생활 속 자유조차 누리지 말아야 하고
인간이 아닌 공부만 해야 하는 기계로 여기는 사회는
권위와 권력의 타락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2학년 주○○
학생의 신분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며 공부하던 우리는
생동하는 모든 것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이 시대에
인간의 권리마저 빼앗긴 암흑 속에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배움을 잠시 내려놓은 채 뛰어나간다.
 
2학년 황○○
학생들, 정말 슬픈 사실이 뭔지 알아요? 우리 미래에 대한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우리는 각자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의미 없을 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날개 달고 태어난 것들과 돈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이 막돼먹은 나라에서는 말이죠. 우리, 권태에 빠지면 안 돼요.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잖아요. 우리 자식들, 아니 미래 손자들에게라도 바른 나라, 행복한 나라 전해줘야지요. 우리 모두 힘내야 됩니다.
 
2학년 이○○
학생들이여
생활이 힘들고 지치는가?
의사도 못 고칠 정도로 힘들고 지치는가? 포기하지 말자. 아직
날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젊음이 있고 인권이 있다.
 
2학년 이○○
학생들마저 촛불을 들며 외친다.
생활을 호화롭게 누리는 최순실
인형처럼 그녀의 명령을 따르는 대통령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야하라! 하야하라!
 
2학년 차○○
학생의 마지막 연도 2016...
생각도 못했는데 벌써 내 눈앞에 온 성인이라는 직위
의심하지 마. 네가 잘못 살았다고, 난 안 된다고.
날아봐. 네 앞으로 희망찬 날들을 자신 있게.
 


<광화문 희망촛불>


지난 10월 29일부터 시작된 광화문의 ‘희망촛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촛불집회 누적 참가 인원수가 1000만을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이런 촛불 민심의 원동력이 위와 같은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세월호 침몰 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청문회와 특검 속보가 연일 생중계 되고 있다. 그런데 조사 받는 몇몇 정치인과 경제인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비겁한 거짓말로 진실을 가리려 한다. 학생들의 4행시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의 정치수준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국민을 우롱하며 청문회와 특검 조사에 임하는 '뻔뻔한 어른'들이 이제라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윤민석 아티스트의 노래를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다가오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실력과 함께 생명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인정 넘치고 진솔한 사람들이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