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분들도 보호를 받으셔야할 연세인거 같은데..."

(153) 치매가족과 함께하는 힐링캠프

2017-06-13     김인자


 
금요일과 토요일 1박 2일 동안 강원도 횡성 국립 숲체원에서 열리는 '치매가족과 함께 하는 힐링캠프'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참가했는데 이번엔 큰딸을 데리고 갔다.
치매가족을 돌보는 보호자들을 위한 힐링의 시간.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하루 동안이라도 치매가족에게서 뚝 떨어져 쉼을 가져보라는 인천시 치매센터가 주신 선물같은 귀한 시간.
공부하느라 바빠도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이해하고 그 분들을 돌보시는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몸소 몸으로 느끼고 그분들께 보탬이 되는 좋은 어른으로 커주길 바라는 바램으로 딸과 함께 참가한 귀한 시간.
 
'자기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보호자들의 구구절절 아픈 사연들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는 큰 놈을 보며 잘 데려 왔다 생각했다.
교과서 공부보다 교과서 밖 공부가 더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몸소 체험한 큰아이.
"엄마, 생각보다 치매보호자 분들이 많이 연로하시네. 보호자 분들도 보호를 받으셔야할 연세인거 같은데 ..." 하며 작년에 참가했던 보호자 중 치매를 앓다 올 3월에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하며 소리내어 우는 보호자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울던 큰아이.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분들. 여기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창피하지 않다며 꺽꺽 소리내어 우시던 분들.
당신들이 토해 내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이며 다 함께 공감하는 밤.
큰 아이는 숲체험을 하는 도중 뒤쳐지는 할머니를 뒤에서 보호하며 살뜰히 치매보호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챙긴다.
 
"자다가 방안에서 수돗물 소리가 나서 뛰어나가보면 고자리에 서서 오줌을 쌌어.너무 속상해서 소리를 빽빽 지르고 이불을 냅따 내팽겨치지."
최근에 내가 잘못한 일을 한 사람씩 말해보라는 숲체험 선생님의 말씀에 81세 치매남편을 돌보시는 78살 이춘자할머니 말씀에 큰 놈이 이춘자할머니 양손을 꼭 잡아드린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내가 곰방 또 미안해지지. 내가 쫌만 참을 껄. 정신도 온전치 못한 냥반헌테 또 괜한 짓을 했구나 하고 금방 또 후회를 해. 자기도 고 당시는 잘못한 걸 알아. 그래서 아무말도 안해. 그럼 또 내가 미안헌 생각이 들어. 솜자리를 주지말고 세탁기에 휘휘 돌려 금방 빨아 말릴 수 있는 홑이불을 줘야겠다 생각하지. 그럼 소리지를 일도 없는데"


 
"할머니,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해당화야. 바닷가에 많이 피지."
"할머니 이거는요?"
"그건 두더지가 파놓은 거야."
"이건 애드릅이야. 나물 해 먹는거"
"하하 할무니 애드립이여?"
"아니 애드립이 아니고 애드릅."
"네. 할머니 애드릅 저 처음 봐요."
"그치 애기들이 이런걸 볼 시간이 읍지. 그래도 울 딸래미는 참 착하네. 공부하기도 바쁠턴데 늙으이들 모여있는데도 오고.
나야 젊은 기운 얻으니 좋지만서도. 공부 시간 뺏겨서 우짜나?"
"저도 좋아요 할무니."
큰놈이 이춘자할머니와 주거니 받거니하며 걸어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나.
 
옆에 사람 칭찬해보라는 숲체험 선생님 말씀에 말수 없으신 이춘자할머니가 나에 대해 뭐라실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이춘자할머니 대번에 이러신다.
"낭만주의야."
"아 할머니가 낭만주의세요."
"아니 작가선생님 당신이 낭만주의야. 나는 오랫동안 젊은 사람들이랑 함께 뭘 해본 적이 없어서 양보하는게 부족해. 싫음 관둬. 나혼자 갈거야. 매사 그랬지. 누구하고 생전 사귈 줄 몰라. 우리들 세대는 메말랐어. 사랑스럽다, 좋다,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컸거든. 젖먹여서 잘 놀믄 그거로 족했으니까. 사랑을 내가 받지 않았으니 줄줄도 몰라.
그런데도 잘 살았어.
죽네 사네 해도 무조건 참았잖아. 내가 불편해도 잘 참아.
그런데 작가선생님도 따님도 참 낭만적이야. 사랑이 넘쳐. 우리 늙은이들 대할때도 사랑이 넘쳐.그게 결코 쉬운게 아닌데 말야. 그래서 이 시간이 참 편해. 고맙고.
고마와 작가선생님. 그리고 이쁜 딸. 우리 늙으이들 냄새난다고 내치지않고 좋아해줘서 진짜 고마와.
내가 여기 이렇게 한가하게 와 있을 형편은 아닌데. 정신줄 놓은 냥반 눕혀 놓고 내가 여기서 이렇게 좋은 시간 보낼 형편은 아닌데?근데 ?에라 모르겠다 두눈 질끈 감고 왔어 내가?안 그러믄 내가 화병으로다 먼저 죽을거 같아서?
오니 참 좋네. 나만 보믄 방실방실 웃어주는 울 작가슨상님 얼굴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겄네."
"할머니 내년에도 또 오세요 "
"죽지않고 살아있음 또 오지. 작가선생님 이쁜 따님도 내년에 또 올랑가?"
"예 할머니 또 올께요."
 
"엄마, 이춘자할머니 지금 뭐하시까?"
힐링캠프 끝나고 돌아오는길.
지하철 시청계단에서 굴러 인대파열로 깁스를 하고 있는 큰아이가 묻는다.
"글쎄 할아버지 잡수실 저녁하시겠지."
"엄마 할아버지도 여기저기 다니고 싶으셨을텐데 할머니 안계실 때 어쩌셨을까?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울 치매보호자 할무니 할아버지들 보구 싶다.
지금쯤 치매보호자 할머니 할아버지들 치매가족 돌보시느라 엉덩이 한번 지대로 부치고 앉아있지도 못하시겠네. 당신들도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연세이신데.
모쪼록 건강하시길, 기분 우울해 하지말고 씩씩하게 잘 지내시길 두손 모으는 아침. 건강하게 아프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