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옥 시인의 『서랍 속에 눕다』출간

두 번째 시집

2017-11-13     배천분 시민기자
고경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서랍 속에 눕다』출간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따뜻한 시선
 


고경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서랍 속에 눕다」가 현대시학에서 출간되었다. 경기도 양주 출생으로 2010년『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 2014년 첫 시집『안녕,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2017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인천 문인협회 이사, 굴포문학 동인으로 2015년 인천 예총 예술상(문학)을 받았다.
 
고경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서랍 속에 눕다」는 평범한 세인으로 사는 삶보다 시인으로 사는 삶에 자신이 속해 있음을 깨달은 자의 사유가 녹아있는 시집이다.
 
서랍 속에 눕다
고경옥
 
하얗게 삶아 말린 수건에 무심코
안녕이라 쓰자
어두워졌고 비가 내린다
붙잡고 묻거나 따지거나 할 틈도 없이
양파 썩는 냄새가 날마다
벽시계에서 흘러나온다
초침과 분침을 빼내자
시간도 덩달아 여기저기로 튄다
이별 참 쉽군,
한 겹 어둠이 모르는 사이에 든 멍처럼 짙어진다
어둠의 공간은 늘 남은 자의 것
밥을 거르거나 물에 말아 버텨보지만
묘한 빛깔의 하루가 왔다가 떠나갈 뿐
죽어서 기쁜 꿈조차 꾸지 못한다
벗들의 문상이 걸리긴 해도
돌아서면 곧 잊을 텐데,
안녕이라 썼던 수건에 락스를 붓고 푹푹 삶는다
지워지지 않는 글자가 선명하게 익어 탐스럽다
한 번 새긴 이름처럼 영영 지속될 이별이
서럽 속에 눕는다
-「서랍 속에 눕다」전문

고경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서랍 속에 눕다]는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번째 시집에 이르면서 시인의 세계관은 이전보다 더 다양해지고 깊이도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언어유희와 같은 시 창작 방법도 적절히 구사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세련된 시의 세계에 몰입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고경옥 시인의 시적 세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겉치레적인 것과 허위적인 것을 당당히 거부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시인이라는 확신이 든다. 본질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내면의 울림을 심도 있게 따라간다면 그녀만의 영역을 굳건히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박현솔 / 시인
 

                                                                             고경옥 시인

고경옥 시인은 “첫 시집을 낼 때도 아쉬움이 많았다. 시집 한 권 낼 때마다 부끄럽게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축하해 줘서 감사하다.”라며 시집 출간을 위해 늘 곁에서 힘을 실어주는 남편과 아들에게 애정을 보낸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 말
 
자고 나면
바람이 곁에 누워있다.
 
죽도록 습득되지 않는
새벽을 베어 문다.
 
발자국 소리가 크다.
 
동료 김이주 수필가는 “시집을 받고  ‘여우의 독백’의 단어 하나하나를 읽어 내리면서 통쾌한 카타르 시를 맛나게 맛보았다.”라며 레몬에이드처럼 시원하다 못해 짜릿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 시인은 “첫 번째 시집을 출간할 땐 몹시 두근거렸던 가슴이 두 번째 시집 출간할 때는 울렁거렸다, 몹시도. 그건 점점 詩속으로 빠져드는 나를 봤기 때문일까. 건져 올릴 수 없는 詩의 늪이 처덕처덕 온몸을 붙들고 날 울렁이게 했다. 하지만 빠져나오려 애쓰고 싶지 않다. 철저하게 그 늪에 빠지리. 기쁘게 그 진흙 속에 스며들고 싶다. 기뻐하시는 구순의 친정아버지 앞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시 낭송회를 했다.”라며 세 번째 시집 출간을 기다리는 아버지를 위해 습작으로 시 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배천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