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 - 아쉬웠던 공수의 밸런스

[인천유나이티드 리뷰]

2010-10-05     강창모


지난 8월. 인천 유나이티드는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국민 감독 허정무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허정무 감독은 침체기에 빠져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노력의 결과는 연패 탈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인천은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4경기에서 2승 2무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5연패 사슬을 끊었다.

또한 동시에 조금은 멀어졌다고 생각된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다시금 살리는데 성공했다.

그러한 인천이 상승세를 등에 업고 지난 3일 서울과 원정 경기를 치렀다.

인천은 4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였지만 서울도 역시 4경기 연속 무패인데다가 홈경기 13연승의 무서운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또한 인천은 서울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5승 7무 10패(컵대회 포함)로 크게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 부임한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서울전 승리야말로 팀의 상승세에 무엇보다 큰 탄력을 주리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허정무 감독은 서울전에서 다소 수비적이면서도 실험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인천의 수비진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조금씩 전환하던 허정무 감독은 서울전에서 임중용, 김영빈, 안현식 카드로 스리백을 구성했다.

그리고 날개로는 이준영과 장원석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이준영은 오른쪽 수비수로도 활용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이고, 장원석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를 골고루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로써 인천은 수비시 센터백 3명으로 구성된 스리백과 함께 양 사이드의 장원석과 이준영이 수비에 가담하며 사실상 5명의 선수가 수비를 보는 전술을 구사했다.

허리 라인도 주로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강점인 정혁과 활동량이 풍부한 중앙 미드필더 이재권을 배치했기 때문에 3-4-1-2 포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비에 중심을 둔 5-2-1-2 포메이션인 셈이었다.

서울은 이승렬, 최태욱이라는 빠른 날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수비 라인에서도 현영민과 최효진의 스피드가 뛰어나다.

인천의 포메이션은 측면 돌파에 강점이 있는 서울의 공격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전술로 보여졌다.

대체적으로 포백은 공간을 장악하는 수비를 추구하고, 스리백은 대인 마크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수비를 추구한다.

경기 초반 허정무 감독의 이러한 전술은 서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곤 했다.

서울 공격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인천은 상대적으로 많은 수비 숫자를 이용해 2명의 수비수가 에워싸 공을 따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경기 시작 20분이 지나며 첫 슈팅이 기록될 만큼 양 팀은 중원에서 치열한 접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첫 슈팅이 기록되자 양 팀은 서로의 수비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천은 공격에서도 안정감 있는 정혁과 이재권을 거쳐 베크리치의 감각적인 발끝에서 페널티 박스 안쪽의 유병수와 브루노에게까지 공이 전달되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을까. 인천의 전술은 가장 평범한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43분, 인천은 서울의 제파로프에게 크로스를 허용했다.

크로스는 인천의 골문 앞쪽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이승렬이 헤딩으로 가볍게 방향을 돌렸다. 매우 간결한 상황이었다.

이승렬의 머리에 맞은 공은 골문 오른쪽으로 향했고, 골키퍼 김이섭은 몸을 날렸지만 공은 손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상황에서 인천의 수비는 이승렬을 무척이나 자유롭게 놓아주고 있었다.

제파로프의 크로스는 이미 이승렬과 제파로프의 스위치가 이루어진 후였고, 크로스를 막기 위해 측면 제파로프에게

수비가 몰린 순간 다른 수비는 데얀을 마크하며 이승렬을 마크하는 수비가 없었던 것이다.

인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만회골을 만들기 위해 브루노를 빼고 남준재를 투입했다. 실점을 주긴 했지만 전반 내내

서울의 매서운 공격을 잘 막아내던 수비는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인천은 수비에 치중하던 전반에 비해 후반에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을 실점하고 말았다.

왼쪽 진영에서 데얀이 땅볼로 내준 볼을 가운데에서 파고들던 제파로프가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을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도 제파로프는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슈팅할 수 있었다.

최전방에 있어야 할 데얀이 왼쪽으로 빠지면서 인천의 중앙 수비는 마크할 상대를 잃었다.

물론 데얀이 왼쪽으로 돌파할 때는 다른 수비수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뒤에서 파고들던 제파로프에게는 수비수가 붙을 수 없었다.

문전의 수비수들은 마크해야 할 데얀이 사이드로 빠지자 곧바로 지역방어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천은 만회골을 뽑지 못하고 연속 무패 기록을 4경기에서 멈춰야 했다.

인천은 서울전을 포함해 이번 시즌에서 3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흔히 짠물 수비라는 수식어가 인천을 대표하지만 인천은 유병수라는 대형 스트라이커와 함께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상대의 공격력을 의식한 탓에 인천만의 플레이가 나오지 못한 점은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아직 시즌 마감까지는 6경기가 더 남아있다.

상대에게 1골을 허용해도 투지를 잃지 않았던 인천만의 끈끈한 팀 컬러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인천이 6강 플레이오프
에 진출해 더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강창모 UTD 기자 (2nd_chance@hanmail.net)
사진 = 전욱제 UTD기자 (hidecool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