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할 수 없는 습지 확충

[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2018-11-15     박병상


 

남동국가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뀐 남동공단에 공장이 대거 입주하기 전, 1980년대 중반 이전, 인천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시외버스를 타면 험상궂은 이들이 이따금 무단 탑승해 승객에게 허접한 물건을 강매하곤 했다. 영등포에 자리하던 무슨 공장에서 만든 수출품인데 망해서 쌓인 재고품이라 거저나 다름 없으니 팔아달라며 험한 표정을 지었다. 전과를 들먹이는 잡상인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다시 형무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거라며 승객 협박하던 시절, 서울을 다녀와 코를 풀면 손수건이 새카매졌지만 지금은 역전되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불평이 많다.

모세혈관을 통과하는 초미세먼지는 몸속의 예민한 생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니 만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주의하라고 기상캐스터는 주의를 당부하면서 고작 마스크를 착용을 권고한다. 한데 초미세먼지를 거르는 마스크는 가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착용하는 노약자의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어떤 의사는 마스크 때문에 폐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며칠 전인가? 한 방송뉴스는 무연탄 아궁이로 구들을 데우던 시절이 가스보일러와 중앙난방이 일상인 지금보다 먼지가 심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먼지 상태에서 견딜 만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요즘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가 걸러주던 당시의 먼지와 다르므로. 과거 먼지가 많던 일본이 요즘 양호해진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의 먼지 정책이 느슨하다고 비판했는데, 승용차 이부제 운행이나 노후 경유차의 주행 금지에 그치는 느슨함보다 엄격한 대책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발전소의 생산과 가동을 멈춰야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에서 들리는 상황에서.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 3절은 지금 무색해졌다. 중국에서 석탄난방이 시작되자마자 맑은 날도 하늘 가장자리는 언제나 불그죽죽하다. 바람이 정체되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농축되니 가시거리가 흐릿하고 눈은 침침하며 코가 매캐해진다. 애국가 3절의 하늘은 최근 유럽, 그것도 한때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았던 독일 공업단지에서 보았다. 무슨 연유일까? 발전소는 물론이고 공장과 차량의 배출가스를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만은 아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내놓는 공장을 대거 해외로 이전했기에 가능해진 측면도 있는데, 발생한 먼지를 지역에서 잡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답게 난방을 가스로 바꿨고 최근 하늘이 제법 깨끗해졌다고 방문자들은 전한다. 우리보다 나을 때도 많아졌다지만 그건 아직까지 베이징에 국한한다. 베이징 이외 도시의 하늘은 여전하므로 중국의 영향을 받는 우리 하늘도 여전할 수 밖에 없지만 중국 탓만 할 수 없다. 아스팔트를 누비는 자동차가 워낙 많지 않은가. 대기오염이 심한 공장은 우리도 제법 다른 나라로 옮겼다. 경유 차량에 배출가스를 거르는 장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 텐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 도시가 유럽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

녹지와 습지다. 발생하는 먼지를 지역에서 잡아줄 녹지와 습지를 도시 곳곳에 확보해야 한다. 도시 주변에 논이 펼쳐지고 녹지가 넓었던 시절, 한바탕 쏟아지는 빗물은 도시의 먼지를 산뜻하게 씻어주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도 비슷하다. 자동차 운행을 최대로 줄이는 도로정책과 더불어 녹지와 습지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우리도 유럽과 일본처럼 대기가 호전될 것이고 무엇보다 중국에 대책을 요구할 자격이 생길 것이다.

음식이나 물로 몸에 들어오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정자와 난자의 발생을 발해한다는 과학자의 보고가 나왔다. 미세먼지는 아니 그럴까? 안심할 만한 공기를 보장하는 정책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 다만 땅값 비싼 도시에서 어떻게 녹지와 습지를 충분히 조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겠지. 그렇다면 시민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절박함을 바탕으로, 인천시와 시민사회의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