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되는 ‘불법 전대계약’, 반발하는 상인단체

‘법적대응’ 시사했지만 계약형태는 부적정, 그 자체로 불법... ‘논란’ 커질 듯

2019-04-18     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하상가 사용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용권 양도·양수와 전대차계약 등을 원천 금지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에 나서자, 지하상가연합회 측이 집단 행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지역 15개 지하상가 상인 등으로 구성된 인천지하상가연합회는 18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지하상가 관리운영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인천시가 만든 조례를 믿고 살아온 지하상가 영세상인을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사가 달린 문제 앞에서 지하상가 전 가족은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뒤 상인 및 가족 등의 반대 서명을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에게 전달했다.
 
감사원은 올해 초 지난 2002년 제정된 인천시 조례 중 지하상가 임차권의 전대 등을 허용해온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지적했다.
 
인천지역에 있는 총 3,500여개 지하상가들 가운데 3,000여 상가가 현행 불법인 전대차계약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상위 법률 기준보다 연간 16억 원의 사용료를 적게 징수하고 불법 전대차계약 등으로 연간 460억 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적사항이 감사원에 의해 발표돼온 것이다.
 
이같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시는 올해 15개 지하상가 임차인에게 부과하는 사용료 총액을 57억 원으로 지난해 기준 38억 원보다 50% 인상키로 했다.
 
감사원의 지적을 외면할 경우 그만큼 교부세 등에 패널티가 걸린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패널티 등이 원인이 돼 받지 못하는 교부세는 그만큼의 부족분을 시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는 이 외에도 감사원이 전대차계약 문제를 지적한 만큼 추후 지하상가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지 못하게 하고 공개입찰로 상가 임차인을 정하는 등의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하상가연합회 측의 반발은 현재로서는 이 전대차계약을 금지토록 하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하상가연합회 측은 “현재의 조례가 지금의 상위법만을 적용했을 때 잘못된 제도라고 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나 이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있다면 보호받아야 한다”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이외 다른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원도심에서 지하상가의 번영을 가져온 상가 임차인 5만여 가족들의 권리와 생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과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수는 있어도 법적 대응까지 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이들이 옹호하고 있는 전대차계약 자체가 현행 불법인 데다, 그간 이 전대차계약을 통해 나타난 부적정한 계약들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지하도상가 계약이 민간에 의해 권리금을 전제한 전대차계약으로 추진되고 있고 현장조사 등을 통해 시가 밝힌 공식적인 임대료보다도 더 높은 거래 액수가 오가는 정황이 있기도 했다. 인천시도 최대 10배 이상 달하는 부당이득이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이 문제를 눈감아왔던 시가 늦게라도 이를 바로잡는 것도, 이 조례가 조례 차원을 넘어 아예 법을 위반하고 있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올려 받겠다는 총 사용료 57억 원은 지하상가 현장에서 임차인들이 내는 금액의 총액으로 현재 전대차계약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 3천여 점포만큼의 수를 나누면 약 180~190만 원 정도의 평균치(시는 약 170만 원이 평균치라고 밝힘)가 나온다, 1년동안 ‘공식적’으로 상인들이 내는 임대료다. 물론 형성된 상권 및 장소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이 금액은 민간 법인에 재임대되고 권리금이 붙는 등 부작용으로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최근 몇 년간 인천시의회가 정확한 월 임대료 자료를 공개하라고 했으나 해당 민간법인이 의무 제출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따라서 시는 만약 일선 지하상가 상인들이 전대차계약을 모두 없애고 공개 입찰로 전환해 임대료를 내게 하면 권리금 등 부당이득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이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엄연한 행정재산에 해당하는 지하상가는 이라며 열린 형태의 일반 입찰이 원칙이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