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대표하는 동식물은 무엇일까?

[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2019-05-02     박병상


인천을 상징하는 동물은 두루미다. 300만을 돌파한 인천시민 중,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몇이나 될까? 인천을 상징하는 나무는 목백합이고 꽃은 장미다. 인천시청 홈페이지에 그렇게 소개하고 있지만 목백합과 장미까지 기억하는 시민은 드물 듯하다.

목백합이 인천에 특별하게 많은 나무는 아니다. 기품이 아름답고 가수에 적합하다고 홈페이지는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가 원산지인 목백합이 인천시 어느 거리에 식재돼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한미수교조약 체결 때 기념으로 인천에 식수했을까? 그래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 인천 앞바다의 섬에 소사나무가 많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른다. 인천시 홈페이지는 장미가 인천시민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했다. 금시초문이다. 장미는 “능동과 정렬”인 꽃말이 인천시민의 모습과 같다고 주장하는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도시의 시민들이 수긍할 거 같지 않다.

두루미가 인천을 상징하는 거, 수긍할 만한가? 청학동이나 학익동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던 시절이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지금은 갸웃할 수밖에 없다. 넓은 논과 갯벌이 거의 사라진 현재 두루미는 인천을 외면한다. 먼 하늘을 선회하거나 이따금 해안의 갯벌 언저리나 섬의 논밭에 내려앉는 모양이지만 간헐적이다. 겨우내 철원 접경지역을 주로 찾는 지금도 인천을 상징하는 새로 고집하는 건 민망하다. 인천을 상징한다면 인천시는 두루미가 살 여건을 보호하면서 시민에게 자부심이 되도록 홍보도 해야 하거늘, 관련 예산조차 없다. 그러니 시민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겠지.

10여 년 전 봄, 일본 홋카이도의 시레토코국립공원을 방문한 적 있다. 방문 내내 현지 가이드는 물론 주민까지 곰을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곰이 보이면 카메라를 꺼내지 말고 몸을 먼저 피하라고 겁을 주었지만 곰은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자작나무 사이에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슴만 구경했을 뿐이건만, 기념품점에 들린 일행은 곰을 디자인한 기념품을 저절로 구입하게 되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반달가슴곰을 얼마나 홍보하고 있을까? 방문객들은 반달가슴곰의 터전을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등산로를 걸을까?





인천시는 깃대종을 선정하려고 준비한다. 인천을 상징하는 동식물인데, 전문가에게 맡겨 일사천리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선정하겠다고 한다. 두루미나 목백합과 다른 접근이므로 다행이다. 깃대종은 한 가지일 필요는 없다. 인천에 많이 분포해 누구라도 그 동물과 인천을 연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그 원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깃대종의 존재를 시민들이 인식하며 그 터전을 보호하는 행정이 이어진다면 인천시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진행될 수 있다면 다행일 텐데, 성공은 시민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보장될 때 가시화된다.

외곽에 논밭이 다소 남았던 80년대, 인천 도심의 공원과 대학 교정에 때까치가 날아들었다. 때까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먹이가 되는 개구리와 곤충이 분포한다는 의미다. 인천시에서 환경의제를 의논할 초창기, “때까치를 볼 수 있는 인천”이라는 명제를 차용하자고 제안한 적 있다. 때까치를 찾을 수 없는 요즘, 다른 동식물이 깃대종이 되어야 옳을 것인데, 무엇아 선정되면 좋을까? 논의하자. 그리고 참여하자. 인천시는 깃대종을 찾는 과정을 시민사회에 적극 홍보해서, 선정 과정을 처음부터 시민의 참여로 진행하면 좋겠다.

참여와 논의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시민사회에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시민의 참여로 깃대종이 선정된다면 시레토코국립공원의 곰처럼 주민에게 애틋하게 각인될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마감시간을 정하지 않고 시민들 마음에 녹아들 정도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태조사와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깃대종이 선정된 후에도 행동할 게 틀림없다. 깃대종과 그 터전을 보전하는데 앞장서겠지. 그를 위한 시간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