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도시 논현

(2) 소래 어시장에서

2020-02-17     박상희
양떼

 

차를 이용하여 논현 신도시로 들어서게 되면 멀리서 부터 눈에 띄는 훤칠하게 쭉쭉 뻗은 빌딩들과 바다를 바라보며 모여있는 아파트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신도시답게 세련돼 보인다. 소래포구를 끼고 도는 논현동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과 한화 화약박물관, 양떼 목장, 갈대숲 등 다양한 생태 체험관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논현 신도시에는 도시의 삶과 교외 나들이에 어울린 만 한 여가 장소가 적절히 섞여 있어 여유로운 주말 분위기가 한껏 돋보이는 곳이다. 특히 소래습지생태공원에는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골과 과거 최대 염전 지역이었다던 기억만 쓸쓸히 남은 소금창고와 풍차 등이 갈대숲과 어우러져 저녁노을에 둘러보는 광경은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특유의 낭만이 있다.

 

소금창고와

 

소래포구_볼펜

 

소래포구역 근처는 주말이면 어지럽게 주차 중인 차들과 수많은 행락객 사이로 포터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노랫소리가 막걸리 냄새와 함께 달큰하게 들린다. 소래 어시장 초입은 3년 전 큰 화재로 인해 유실된 시장 건물을 현대식으로 새롭게 짓는 중이라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고 기존의 시장 일부는 여전히 남아 생선값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등 성업 중이었다. 석쇠 위로 피어나는 비릿한 연기와 어깨를 부딪치며 오가는 사람들, 손짓하며 손님을 부르는 식당 주인들 속에서 겨울 어시장은 정겨우면서도 시끌벅적한 흥이 넘치는 모습이다. 쌀쌀한 겨울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주머니에 손을 꼭 집어넣고 비좁은 시장길을 총총 걸으면서도 오히려 기분은 상쾌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펄펄 뛰는 소리와 냄새를 제거해 밀봉한 대형 마트는 무언가 맥빠지는 면이 없지 않다. 시끄럽고 때로는 물이 튀고 생선 비린내가 스며나는 어시장에는 삶을 몸으로 상대하는 날 것의 정직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논현 신도시에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태체험 교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행스럽게도 고되게 노동해서 얽어낸 바다의 생생한 삶이 공존해 있어 가끔씩 도시민들에게 생의 본능적 감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어시장 골목 안 물웅덩이를 다리를 뻗어 껑충 뛰어서 건넜다. 미처 길게 뛰지 못해 운동화 뒤 끝이 물에 살짝 젖은 것 같았지만 뭐 그 정도야 괜찮았다. 아니, 왠지 통쾌했다.

 

소래시장

                                                                                       

  2020211일 글, 그림 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