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출발지, 인천국제공항

[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3) 공항 터미널에서

2020-03-16     박상희
여행객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문제로 인천 국제공항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해졌다. 오랜만에 방문한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유난히 건물 자체에 시선이 꽂혔다. 희고 깨끗한 공항 건물의 내 외부뿐 아니라 식물원과 공연장 등 다양한 쉼터 공간들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보는 곳곳이 마치 새로운 여행지를 옮겨 온 것만 같아 흥미로웠다.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외여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해외여행 가는 날 공항에서는 출국 심사와 면세점 쇼핑 등 출국을 서두르는 일들에 온갖 신경이 쓰여 이런 시설들을 살펴보거나 공연을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여유를 갖고 보면 인천 국제공항에는 우리가 모르는 여러 서비스가 존재한다. 국내 카드사나 항공사별 VIP 라운지도 있고 식물원과 유명 체인 식당, 서점뿐 아니라 K pop 콘서트와 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과 작품 전시, 한국전통 문화체험관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즐길 거리가 매일 열리고 있다. 이런 공항에서의 문화체험들을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한 번에 종식할 해외여행이라는 더 큰 즐거움이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영종

최근 문화 뉴스의 중심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큰 이슈였다. 외신에서는 앞다투어 영화 기생충안에 사용된 레퍼런스 중 자기네 나라의 것을 찾아내 언급하며 한국 영화에의 관심을 유례없이 표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나라의 문화 코드를 활용하여 한국인만이 감지하는 정서를 세계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마법을 보여 주었다. 영화나 책이나 인생은 수많은 레퍼런스 덕분에 그 깊이와 매력을 더 하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기도 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참모습을 언뜻 마주하게 된다. 더불어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신선한 기운은 인생의 긴 여정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축복이며 행복한 구도이자 몸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기도인 것이다. 영종도에 있는 인천 국제공항은 그런 이유로 깨끗할 뿐 아니라 신성한 공기로 가득 차 보인다. 이런 건강하고 행복한 기운이 나라 안팎의 전염병을 깨끗이 씻어내어 다시 활기차진 인천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2020223일   글, 그림 박상희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