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비밀이 실룩거리는, 청라생태공원

[인천유람일기] (31) 청라생태공원 일대/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2020-05-29     유광식

 

청라생태공원

 

봄의 끝자락에 섰다. 다들 봄의 정취를 맛보기보다는 코로나의 위험과 예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하얀 아카시아의 향을 건너뛰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었고, 단계별로 개학이 이루어지며 접촉 증가에 따른 경계도 덩달아 늘어났다. 대중교통 이용 시 이제는 요금과 더불어 마스크라는 2단계 인증을 거쳐야 한다. 기온이 차츰 오르며 외출 호기심도 늘었다. 한편 멀리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7차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인내하며 지내던 인천지역이 다시금 술렁이고 있다. 여전히 멀리는 가지 못하고 인근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렇지만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가까운 장소의 발견은 또 다른 설렘을 주기도 한다.

 

청라마당에서
소각장

 

청라의 서쪽 끝으로 가보았다. 청라의 남쪽 하천인 심곡천의 끄트머리에는 생각지도 못한 공원이 하나 있다. 지금은 육지지만 과거에는 섬이었던 청라도, 그 앞에 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이곳엔 생활쓰레기소각장이 있어 연중 기계가 돌아간다. 이와는 다른 이미지로 시설 앞에는 나무와 꽃, 각종 놀이시설, 산책로가 갖춰져 있다. 자동차 없인 다다르기 어렵지만 한 번 둘러보면 비밀의 장소를 찾은 것처럼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것이다. 소각장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분명한 건 인근 사람들의 마음은 다를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동거 없인 행복도 없다. 안전한 시설로 주변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낯선

 

공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답답한 가족들만 선발되어 나온 모양인지 다들 허락된 시간 안에 열심히 즐기는 분위기다. 요즘은 캠핑문화가 일반화되어 그런지 텐트는 기본이요 의자, 음식, 체육 기구 등 야영 물품이 한가득이다(음식 조리는 안 되고 싸 온 도시락만 가능하다). 이곳엔 제주원이라는 온실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잠정 폐쇄되었다. 온실 안쪽으로 식물들에 물을 주기 위해 호스를 끄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아쉬움을 감춘 채 앞쪽 연못으로 시선을 돌린다. 깊이 1m, 1,000톤의 물이 있는 연못이다. 분명 물고기에게 과자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멀리 남녀 한 쌍이 새우깡을 던져주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안 사실인데 중화권 언어를 쓰는 것으로 보아 오히려 외국어로 적어두지 않은 쪽으로 볼멘소리가 나왔다.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방송 스피커가 재미를 더해 주었는데, 4개가 한 쌍인 나팔 모양의 스피커가 가로등과 함께 폼을 잡고 있었다. 나오는 음악 또한 적절하게 기분을 북돋아 주었다.  

 

300년
공원

 

드넓은 공원 곳곳에서 그동안 마스크 덕에 맡지 못한 걸음이 이어졌다. 탁 트인 길을 걸으며 소나무 향에 취해 있을 무렵,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며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나서는 경비아저씨의 안내가 이어졌다. 공원의 경계 밖에는 제법 큰 백세요양병원이 있다. 이 시설에는 텃밭이 자리하고 있는데 꽤 큰 규모였다. 처음에는 도심과 떨어져 파도소리 들리던 한적한 육지 끝 시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청라도의 과거는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과거 갯벌이었던 공원은, 이젠 삼림욕 하기 좋은 장소가 되었다. 갯벌만큼은 아니지만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고 정화하는 시설이 이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되었다. 병원 뒷문은 공원 방향으로 개방되어 있었다. 자주 산책을 나오는 모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아이들이 가장 신이 나는 것 같다. 운동장의 잔디는 인공이 아닌 천연 잔디로, 축구공을 가져오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공을 차고 논 지도 20년이 넘었다. 제대로 찰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이런 생각조차 생경할 따름이다. 그리고 속마음을 비웃듯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었다.

 

준비~
불공평한

 

만물이 소생하는 현장의 모습이 우선인지 바로 옆 소각장의 소음은 쉽게 묻혔다. 식물들은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모르는 것만 같다. 곧 신록의 계절 오월이 저물어 간다. 그리고 비밀의 화원이 된다. 자꾸만 폐타이어 4단에 감싸여 자라고 있던 실유카의 양팔 벌린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실룩~실룩~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