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회상하는 '인천의 본향', 신포동 20년

김보섭 작가, 사진집 '신포동 사람들' 출간

2020-06-25     송정로 기자

‘탁포(坼浦), 터진개 신포동이야 인천 저잣거리의 효시(嚆矢). 거슬러 개항 무렵까지 따져 올라가지 않는다 해도 이곳은 6․25 사변 이후 90년대에 이르도록 가난했지만 인천 문화의 요람, 인천 사람들 삶의 중심지였다.’ (시인 김윤식)

김보섭 사진작가가 5년만에 사진집 ‘신포동 사람들’을 출간했다. 부제 ‘그리운 옛 얼굴과 정겨운 옛 골목’이 말하듯 '인천 저잣거리의 효시' 신포시장을 중심으로 신포동에서 놀고 먹고 마시고 일하던 사람들의 면면과 점포들, 그 뒷골목의 정취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작가는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자신이 셔터를 눌러온 사진 175장을 차곡차곡 실었다. 지난 20년간 변화해온 신포동의 모습과 신포동을 누빈 ‘주역’들을 하나하나 만나볼 수 있다.

80, 90년대 찍은 사진도 몇장 실렸다. 전설의 ‘백항아리집’ 항아리와 할머니 사진 등이 그것이다.

‘신포주점’의 1,2,3대 사장님들, 영양탕 전문 ‘북청집’ 사장님과 며느리, ‘경인식당’의 노모와 아들, ‘다복집’과 ‘대전집’ 사장님, 팻션 감각이 넘치는 ‘김 테일러’ 사장님, 러시아 선원들의 단골집이었던 ‘치킨꼬꼬’, 개업 57년의 백반전문 ‘명월집’ 사장님, 대를 이으며 70년이 넘은 ‘성광방앗간’ 사장님, 40년 연륜 ‘탄트라’의 야외 테이블, 석양의 카페 ‘푸코’, '등대경양식' 주인, ‘중앙설렁탕’ 원주인, ‘흐르는 물’, ‘국제다방’... 유서깊은 술집들과 음식점을 망라하며 주인들과 함께 하나 둘 씩 등장한다.

그리고 단골손님들. 화가와 시인, 아동문학가, 조각가, 연극연출가, 사진가, 드러머 등 예술인들, 체육계 주먹, 음악감상실 DJ, 교사들, 목사... 등이 영원한 산책자, 베가번드, 보헤미안 등등의 이름으로 출연하며 흥미를 더한다.

죽은 자들과 산 자들, 신포동을 떠난 이들이 함께 사진들 속에 어울어진다. 지금은 없어진 점포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청소년이 담배피던 신포동 뒷골목, 미로같은 수제비골목, 세월로 초라해진 상가 옥상의 민낮, 옥상의 건어물 건조장 등 신포동의 속살들도 다 드러낸다.

‘신포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점포들과 인물, 옛 정취를 쓴 길고 짧은 글(사진설명)도 또 다른 ‘신포동 생활史’다. ‘중구 신포동 언저리, 인천 사람들 마음의 본향’ 제하로 사진집 글머리를 쓴 김윤식 시인이 하나씩 공들여 썼다.

게재된 사진을 전시하는 행사는 코로나19 때문에 7월로 연기됐다. 사진집은 사진전문 '눈빛'에서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