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딸 살해한 친모... 2심서도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고법, 10일 원심과 동일 판결 "제도적 뒷받침 부족한 현실, 피고가 겪은 고통 감안해 양형"

2020-07-10     윤종환 기자

뇌경색에 걸린 친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친모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지난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0)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 A씨는 계양구 소재 아파트에서 친딸 B씨(48)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인근 야산에 올라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인근 주민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딸을 15년이 넘도록 간병해왔다. 딸 B씨는 지난 2012년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마저 어려운 상태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서 A씨는 “간병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더 이상 간병을 계속하기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며 “나도 따라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1심 재판서 모든 범행을 인정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가 저지른 살인죄는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으나, 15년동안 A씨가 겪은 육체적·정신적 고통, 적절한 시설과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아 피고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양형 이유였다.

이날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양형이 옳다고 판단, "원심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