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며, 돌아보는 시간의 장단 - 송림로터리에서

[인천유람일기] (35) 송림오거리 주변/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2020-07-24     유광식

 

향후

 

배신이 아닌 백신을 그토록 기다리는 시대다. 자꾸만 언택트, 비대면, 잠정연기, 폐쇄 등의 낱말이 생활 주변을 맴돌고 있음이 조금은 서글프다. 이 모든 현상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행하면서도 볼멘소리를 한 쪽 귀퉁이에 던져두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간다면 일하는 것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심정이다.

한편 지구 밖 우주정거장의 라이브(LIVE) 방송이 가능해져서 지구인들은 잠시 언택트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잠깐의 우주, 평화를 느끼고 올 수는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거주지 인근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코로나 녀석의 출현이 지구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어 안타깝다. 

 

바야흐로

 

어린아이가 엄마의 손을 꽉 잡고 내딛는 걸음은 아이의 의식을 키운다. 자꾸만 영상 이미지의 형상을 강요받는 코로나 사회에서,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세상을 적어 내려가는 아이의 모습이야말로 미래의 보증수표처럼 탄탄하게 느껴진다.

인천 동구의 송림로터리 주변은 그러한 아이의 성장에 신비로운 우주와도 같은 장면들이 많다. 로터리 아래의 지하 공간에는 식물농장이 있고, 비스듬한 캐노피 아래로 벌집처럼 길이 뻗어 있는 현대시장에는 눈이 휭 돌아갈만한 자연 색채와 함께 왁자지껄한 목소리도 들린다.

군데군데 ‘원조’와 ‘세월’을 자처한 여러 식당이 비록 아이에겐 관심 밖이겠지만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관찰 실력이 늘면 알 수도 있을 숙박업소와 상점의 이름이 뒤죽박죽 뒤섞여 아이는 그날 밤 꿈나라에 좀 더 일찍 승차할 것이다. 

 

현대시장

 

동구청 아래에는 인천의 오랜 삶이 풍기는 길가 식당과 숙박업소가 많다. 한눈으로 봐도 주변에 많은 가구가 거주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꽉 찬 가운데 허름함도 빼놓지 못할 풍경이다. 최근 기관에서는 여인숙 공간을 활용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도시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들은 이곳에서도 척척 진행되고 있다. 그 시간을 짊어지고 왔을 거주민과 이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시선이 엮여 하나의 옷이 입혀지는 것일 테다. 처음부터 착! 맞는 사이즈는 아니다. 이것저것 입어보고 흡족한 것 하나가 선택될 것이다. 

 

송림시장

 

부처산 북쪽 기슭에도 무척 두껍고 기다란 콘크리트 기둥이 시야를 막아선다. 배다리 지역 주변은 거리 활성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고, 동인천역 개발 호재는 지구 해제로 희미해졌다. 송림초교 주변 구역은 낮은 기둥들이 다 뽑혀 나가고 새 기둥이 세워졌다. 또한 수도국산박물관은 증축보강이 논해지고 있다. 송림시장을 예술촌으로 만든다고 한다. 동구 지역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건축으로 대변되는 개발과 문화예술로 대변되는 창의가 늘 싸우면서도 붙어 다닌다. 톰과 제리처럼 말이다. 

 

송림초교

 

로터리는 다섯 갈래의 길이 있다. 다섯 갈래는 다시 다섯 갈래가 되어 동구의 생활을 혈관처럼 이어주고 있다. 로터리 중앙에 키다리 소나무 몇 그루는 늘 매연을 마시며 지내는 생의 기구함이 있다. 송림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표 소나무이긴 하지만 겨울이 되면 LED 띠를 두르고 가지를 흔들며 광고도 해야 한다. 이 주변은 ‘현대’라는 이름이 주를 이루고는 있지만 좀 더 새로운 현대의 장소로 거듭났으면 한다.

동구청 아래 아리랑회관은 사라졌다. 뻘겋고 칼칼한 육개장 맛은 건물이 사라졌어도 남아 있으니, 나의 홀로 아리랑은 지속하리라 믿는다. 21세기 멋쩍은 아리랑이 맛과 함께 돌고 도는 로터리로 기억되는 송림오거리, 언택트 시대에 산책과 사유에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동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