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채워질 시민의 블록, 부평 캠프마켓

(42) 부평 캠프마켓 B 구역 내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0-11-08     유광식

 

너무

 

느슨해졌다고는 해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코로나 2020년. 우리는 그새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도 소멸 뒤엔 그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순리일 테니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스크는 이제 전 국민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K-방역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가 국가봉쇄령을 내리는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윤곽이 나오는 미 대선과 더불어 세계는 격랑이 아닐 수 없다. 

 

개방
신호등

 

지난달 14일은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내 B구역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뜻깊은 날이었다. 뭐 볼 것 있냐고 하겠지만 비대면 역사와의 떨리는 미팅 날에 볼 것 많지 않겠나 싶다.

예로부터 곡창지대를 이루었던 부평에 전쟁의 산물로 뜬금없이 섬이 생겼다. 인천은 묵묵히 그 섬을 반기지도, 그렇다고 팽개치지도 않았다. 담장 너머의 공간에서 무엇이 깨어났는지, 그 땅속은 어떤지도 모른 채, 80년도 넘은 지금에야 우리는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일본과 북한, 미국이 점유했던 섬에 연륙교가 생겨 가슴 벅차지만, 숙제도 많음을 안다. 개방 첫날 행사 때 전광판이 넘어져 사람이 다친 일은 우리가 얼마나 걸음마 걸음인지를 드러낸 예 같기도 하다. 

 

야구장

 

부평공원에서 신호등 하나 넘기니 캠프마켓에 곧장 당도한다. 이토록 가까운데 뭘 그리 먼 시간을 돌았나 싶다. 아주 쉽게 들어선 공간은 연갈색 풍으로, 군부대라는 느낌보다는 작은 마을 같은 모습이었다. 옹기종기 자리 잡은 낮은 집들이 알고 보면 식당, 숙소, 빵 공장, 영화관, 수영장, 야구장 등 생활과 오락을 함축 시켜 놓았다. 주변 약소국의 어떤 웅성거림을 쉽게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공간 말이다.

지금이야 담장 철망이 낡았지만 지난 역사를 오르다 보면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주기도 한다. 왜 그렇게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사로운지. 확실한 건 섬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우리의 위치도 이젠 이곳에 자유롭게 표시할 수 있다. 

 

오래된
동아아파트에서

 

건물마다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는 증표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부지런히 관리해 가야 할 것이다. 다소 늦은 시대감이 있어도 돌아온 섬을 다시는 빼앗기는 일이 없이, 내부 싸움도 없는 평화롭고 푸른 공간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활용방안에 대해 포성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민에게 배송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양보하며 재미있게 모색해 볼 일이다. 

 

캠프마켓
개방과

 

한 바퀴를 30여 분 안에 돌 정도였지만 점차로 개방공간이 확장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내딛는 걸음마다 발가락에 힘을 주어 땅을 눌렀다. 땅의 신이 있다고 하니 나를 알리고 부평을 알리고 인천을 알리려는 의도였으리라. 지금은 물어볼 사람 하나 없고 말할 수 없는 건물과 나무만 남았지만, 우리 생활과 문화로 덧씌워 나간다면 풍요로운 공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가족(아이의
덮여

 

캠프마켓 안의 옛 정류소에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어서 빨리 우리들의 마음을 정차시켜야 할 곳은 캠프마켓이지 않겠냔 생각이 맴도는 오후였다. 돌아와야 하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우리가 낯설게 보고 느꼈던 캠프마켓이 아닌 예로부터 우리의 공간과 활동이 있었다는 주인의식일 것이다. 이젠 진짜 돌아와요! 모처럼 가을 맛이 달다. 
 

부평구청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