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 유물 48점 국가문화재 됐다

점자타자기 등 박두성기념관 전시 유물 48점 대한민국 첫 시각장애인 관련 국가문화재로 이름 올려 2022년 개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상설전시관 마련키로

2020-12-04     김영빈 기자

한글점자 훈맹정음 설명서와 훈맹정음 창시자 박두성 선생이 사용했던 제판기, 점자타자기 등 관련 유물 48점이 국가등록문화재로 4일 공식 지정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번에 국가등록문화재 제800-1호로 등록된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은 훈맹정음의 사용법에 대한 원고, 제작과정을 기록한 일지, 제판기, 점자인쇄기(로울러), 점자타자기 등 한글점자의 제작·보급을 위한 기록과 기구들이다.

 

한글점자

유물은 미추홀구 학익동 소재 송암 박두성기념관에 전시돼 있으며,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에서 소유,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훈맹정음 관련 유물의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위해 현장조사 및 인천시 문화재위원회 사전신청 결의를 거쳐 지난 7월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훈맹정음이 일제강점기에 창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고유언어라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가 크며,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근대 시각장애인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써 문화재 등록 가치가 높다고 등록 사유를 밝혔다.

 

시각장애인 관련 문화유산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는 훈맹정음의 귀중한 문자문화 역사를 알리기 위해 송도에 2022년 개관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훈맹정음 상설 전시관을 마련해 훈맹정음 관련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훈맹정음은 강화 출신 박두성(朴斗星, 1888~1963) 선생이 1926년 11월 4일에 반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점자로, 일제강점기 시대 시각장애인들이 한글과 같은 원리를 통해 글자를 익히도록 한 고유 문자체계다.

 

박두성

강화군 교동도에서 태어난 송암 박두성 선생은 국립맹아학교의 전신인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 교육에 매진했다. 당시는 일제의 한글말살 정책으로 일어점자를 사용했는데, 선생은 1920년부터 일제의 잔혹한 감시 속에서도 한글점자 창안에 몰두해 1926년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인천 영화학교 교장에 취임해 한글 점자 보급에 힘써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와 교육의 빛을 선물한 분이다. 출판한 한글 점자책만 200종이 넘는다.

강화군 교동면에는 그의 생가터가 남아있으며, 남동구 수산동에 묘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