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웃음을 기다리며, 서곶근린공원

(48) 서구 서곶근린공원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1-02-08     유광식

 

근린공원

 

올해는 백신의 해가 될 것 같다. 백신 접종자 수가 누적 확진자 수 1억 명을 넘겼다는 희망적인 뉴스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수도권인 인천은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활동과 동선이 제한된 일상이 이젠 익숙해졌다. 지금의 현상을 남일 바라보듯 하며 제 할 일만 하는 대자연이 부러울 따름이다. 산으로 산으로 조금 올라가 자연의 한가로움을 엿본 장소, 2004년 개장한 서곶근린공원이다.

 

무지개다리가

 

서구청이 자리한 심곡동은 천마산 줄기 아래의 깊은 골짜기 마을이다. 얼마나 깊은 곳이면 심곡(深谷)일까 싶었는데 산세가 가파르긴 가팔랐다. 서구 행정기관을 총망라하는 이 지역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과 치매병원, 요양원 등 거대 의료시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공원은 심곡동과 연희동에 반반씩 걸쳐져 있다. 

 

나무에도

 

공원의 동편과 서편에는 사계절썰매장과 장미원이 있고, 두 공간은 알록달록한 무지개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1997년 준공된 무지개다리는 도로부터의 고도가 상당히 높아 아찔함이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 천마산 방향으로 먼저 가보니 공원 한쪽이 모두 사계절썰매장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 옆 산책로를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기념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몇 개가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자주 보였다. 

더해 솔깃한 사실은 나무 아래에 놓인 스티로폼 박스들이 고양이 집이라는 것이었다. 흐린 날씨에 다들 어딜 갔는지 고양이들을 볼 순 없었지만, 나무들과 수풀 사이로 검정 박스집이 군데군데 있었고 구에서 매달아둔 길고양이 학대 금지 현수막도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는 새집이 설치되어 있었고, 키 큰 나무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서구의 새인 까치네 집이 있었다. 산비둘기도 고운 깃털을 뽐내며 인간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무와

 

서곶근린공원은 관리가 잘 되어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산책 중에 몇 개의 빗자루를 만났는데, 하나는 나무줄기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다른 하나는 배수로 안에 있었고, 등나무 쉼터 위에는 우산이 꽂혀 있었다. 하나같이 옛 유원지 느낌을 자아내는 나무 벤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었다. 미세먼지 자욱한 흐린 날씨였지만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과 체육시설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이 주말의 공원 풍경을 채웠다. 한편 의용소방대 조끼를 입은 어르신 네 분이 코로나 방역 캠페인을 하며 이동 중에 기념사진을 부탁하셔서 찍어 드렸다. "하나, 둘, 셋!"

 

옛날에

 

무지개다리를 다시 건너 장미원으로 향한다. 장미원은 아직 철이 아닌지라 썰렁하다. 입구에 미세먼지 신호등이 있어서 대기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 나쁨 단계였다. 장미원 한쪽 편에는 정다운 도서관이 있다. 닫힌 문은 언제 다시 열릴까 싶다. 장미원 아래로 내려가니 인조 잔디가 깔린 널따란 운동장이 펼쳐졌고, 사람들이 트랙을 도는 모습이 시원하게 들어 왔다. 모두 어떤 마음일까? 깊고 좁은 골짜기를 지나가면 마스크를 벗고 정답게 얼굴을 마주하며 걷게 될 것이라 믿는다.

 

장미원에
장미원

 

공원은 사계절의 순환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코로나19로 썰매장을 찾는 가족들은 없지만, 알싸한 분위기에 이끌린 몇몇 사람들의 모습에서 흐린 날씨와 일정 간격의 거리감으로 인해 영화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아무쪼록 백신 접종과 더불어 하루빨리 근린공원에서 생동감 넘치는 지저귐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더불어 몸보다는 마음의 예의를 모아 가족과 함께하는 설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운동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