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섬의 새로운 발아, 삼목항

[인천 유람일기] (49) 영종도 삼목항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1-02-22     유광식

 

삼목선착장에

 

이번 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달라진 명절 풍경을 맛보았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덥석 물어다 준 미션 쪽지에는 인내와 절제만 적혀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주 2단계로 방역 단계가 내려갔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새해 풍경 섭취를 위해 영종도 북쪽의 중앙 끝자락인 삼목선착장으로 향했다. 매번 큰 다리를 건너야 하고 공항 시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방문할 때마다 영종도의 광활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영종도
영종-신도

 

삼목도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금은 그저 이름뿐인 섬이 되었다. 옹진군 북도면[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으로 가기 위해서는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띄워야 한다. 최근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신도와의 연도교 착공식이 지난달 신도항 선착장에서 개최됐다. 북으로 가는 평화 도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로가 준공되면 삼목선착장의 기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선착장으로 가기 전에 선사주거지를 찾았다. 빗살무늬토기 등 신석기 후기 유적이 다량 출토된 곳인데, 그나마 삼목도의 역사를 대면할 수 있었다. 

 

삼목도
삼목도

 

유적지는 한산한 가운데 주변으로 현대적 시설이 즐비해 미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주요 토기 발굴터가 유리로 보호되고 있었고, 볕 좋은 구릉에서 원시 인류가 생활하던 모습을 잠깐이나마 상상해 보았다. 이어 곧바로 삼목항으로 향했다. 장봉도를 드나들던 5년여 전과는 다르게 선착장 주변은 많이 변해 있었다. 입체교차로 형태라 그런지 가는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했다. 

 

보호
5호
신석기와
삼목항

 

삼목선착장의 매표소 건물과 세종호의 모습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삼목항 입구 쪽으로 수산물센터와 어시장 건물도 생겼고 그 앞 방파제에는 낚시객이 많았다. 서로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낚싯대를 드리우며 바다와 물고기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낚시 금지, 주차 금지, 쓰레기 투척 금지, 소변 금지, 텐트 금지 등의 안전문구가 되레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수북이 쌓여 있는 소라모형 그물 더미를 보고는 낙지와 주꾸미의 싹쓸이가 내심 염려됐다. 바다 위에도 몇 척의 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어획 중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어선은 방파제 안쪽에서 코로나 동면인 듯 잠잠하다.

 

세종호와
방파제에서
정박하여

 

선착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군인들의 화물 싣기, 선사의 여객과 차량 유도 등이 모두 일사천리다. 인근에 연도교가 2025년 준공되면 선착장 이용은 장봉도만 남는다. 신도와 시도, 모도는 이미 연결되어 있다. 다리 건설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매립한다는 발상이 없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공항 건설로 삼목도의 흙과 바위는 바다에 묻혔다.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석산 아니 바윗덩어리만 교차로 중앙에 애처로이 전시되었다. 이제는 삼목초와 삼목선착장, 삼목도 선사주거지가 그나마 삼목도의 명함인 셈이다. 

 

세종7호와

 

선착장 주변 주차장은 예전보다 확장되었다. 주차장 끝 한산한 공간에는 자동차와 함께 캠핑하는 차박 풍경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흡사 현대판 선사인(先史人)과 같은 이미지로 보였다. 삼목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삼목’이라는 섬은 지형으로는 사라졌지만 분명 여러 기능면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자연도(紫燕島) 영종의 핫스팟, 삼목항의 변모가 은근히 기대되는 이유다. 깎여 나간 삼목도의 바위 주변을 회전하며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오늘의 풍경이 꿈인지 생시인지 빙글빙글 돌 따름이다.   

 

주차장
사라진
장봉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