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5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2) 5월의 바다새 -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2021-05-28     박정운

 

제비물떼새를 처음 만났던 날은 풍랑으로 섬을 오가던 여객선이 모두 통제됐던 5월 7일의 오후였다. 화동염전과 주변 습지에 새로 도착한 봄 철새들이 있는지 둘러보고 오는 길이었다. 풀들이 거의 없는 경작하기 전의 밭에 처음 보는 새 한 쌍이 눈에 띄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길 건너편에서 멈춰서 관찰을 하며 새 도감을 찾아보니 국내에는 매우 드물게 도래하는‘제비물떼새’였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지난 겨울을 보내고 번식지인 시베리아 동북부, 몽골 북동부, 중국 동북부 등으로 이동하던 중에 이곳 백령도에 들린 듯 하다. 방금 도착했는지 반쯤 감긴 눈을 한번씩 깜박거리며 꼼짝 않고 쉬고 있었다.

‘이제 막 아르헨티나에서 (미국 위스콘신으로)돌아온 긴꼬리물떼새(Upland plover, 요즘은 목장도요 Upland sandpiper로 불림)가 저기에 앉아 있다는 것은 이제 당신이 이 새의 영역에서 물러나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던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의 저서 '모래 군의 열두 달')의 5월과 같은 날이었다.

5월, 이곳 백령도에서는 새에 대해 눈 밝은 사람이라면 노랑부리백로와 제비물떼새 같은 멸종위기 종이나 희귀한 새들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흰배뜸부기, 흰눈썹황금새, 큰유리새, 꼬까참새, 노랑눈썹솔새, 노랑눈썹멧새, 노랑때까치, 검은바람까마귀, 검은이마직박구리, 붉은부리찌르레기, 잿빛쇠찌르레기, 파랑새, 뻐꾸기, 붉은왜가리, 흰날개해오라기, 저어새, 삑삑도요, 노랑발도요, 꺅도요, 흑꼬리도요, 뒷부리도요,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민댕기물떼새, 제비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 붉은배새매, 쏙독새...등 내가 관찰한 새들만 해도 이렇게 다양하다.

내륙에서는 보기 어려운, 처음 보는 새들을 봄철 뿐만 아니라 사계절 동안 이 곳 백령도에서 만났다.

 

새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어떻게 다양한 새들을 백령도에서 만날 수 있었을까?

백령-대청-소청도는 중국 산둥반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에 위치하여 철새중간기착지로서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서해를 건너서 이동하는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이자 핵심 서식지로 다수의 멸종위기종 및 미기록종 등을 비롯하여 한국 기록 조류 총 550종의 약 3분의 2 정도가 관찰됐다고 한다.

특히, 백령도는 섬 지역 중에서도 특이하게 다양한 종류의 습지(넓은 논, 긴 배수로, 많은 곳의 연못, 여러 저수지, 갈대밭과 갯벌 등)가 형성돼 있어 멸종위기의 조류의 번식 및 서식을 비롯하여 종 다양성이 매우 풍부하다. 봄.가을에는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이 지역을 통과하며, 겨울철에는 황새와 고니, 맹금류, 오리기러기류 등이 도래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무인도서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그리고 쇠가마우지의 남한 지역의 유일한 번식지이다.

이렇듯 백령도는 새들의 이동과 서식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특수한 지역이다. 그렇다보니 새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탐조인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백령도를 찾아오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 탐조인들의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다수의 지역 주민들은 백령도가 이렇게 생태적으로 뛰어나고 대단한 곳인지 잘 모르고 있다. 그 동안 습지와 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으며, 이에 관한 생태교육 등의 기회가 거의 없었던 이유일 게다.

 

 

지난해 가을, 인천녹색연합과 백령종합사회복지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가 함께 백령도 청소년 철새학교를 시작했다. 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재단의 기금후원과 소청도에 있는 국가철새연구센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동식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철새들의 멸종 위험이 점점 높아져 가는 지금, 백령도에서 습지와 새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생태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생물다양성 청소년 전문가를 양성하고, 주민들과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유를 통해 지역사회에 습지와 새에 대한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20세기 전후를 살았던 알도 레오폴드의 말처럼 남과 북의 연대가 정치인들에게는 새롭겠지만, 이 날개 달린 하늘의 해군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듯이, 한반도의 섬 백령도에서 올해 만났던 다양한 새들과 나의 5월을 설레이게 했던 ‘제비물떼새’를 내년 5월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령도의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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