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청, 해경도 못말리는 장봉도 항로 밥그릇 싸움... 피해는 주민 몫

영종~장봉 항로 2개 선사 승객 유치 경쟁으로 운항 간격 일정치 않아 첫 배와 다음 배 운항 간격 10분에 불과, 출근 승객들 지각 일쑤 주민들 민원에도 개선책 '감감'... 해수청, 해경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2021-06-08     윤종환 기자
인천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서 장봉도로 출퇴근하는 A씨는 아침마다 걱정이 가득하다. 섬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선 선박에 차량을 싣고 가야 하는데 어느 배를 타야 할지 미리 알 수가 없어 지각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문제는 영종(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과 도선의 운항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데 있다.

현재 이 항로엔 세종해운의 도선 2척(세종1·7호)과 여객선 1척(세종9호), 한림해운의 여객선 1척(북도고속페리호) 등 총 4척의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

운항 시간표를 보면 장봉도행 선박은 오전 6시50분(세종7호)과 7시(북도고속페리호), 8시10분(세종9호), 8시50분(세종7호)에 각각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첫 배와 두 번째 배의 운항 간격이 10분으로 매우 짧다.

이로 인해 두 번째 배인 북도고속페리호는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한 채 출항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북도고속페리호가 삼목선착장에 접안하는 시각은 6시50분으로 승객들이 배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은 약 10분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10분이면 충분치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삼목·장봉도 선착장은 장소가 협소해 배에서 타고 내리는 차량들이 한줄로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한 선착장에 두 척의 배가 접안돼 있더라도 먼저 한 배의 차량 탑승이 끝난 뒤에야 다음 배의 탑승이 시작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량티켓 발권도 현장에서만 가능하고, 대기 순서대로 승선하는 형태다.

상황이 이러하니 승객들은 자신이 어떤 배의 티켓을 사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첫 배인 세종7호에 차량이 다 찼는지 안 찼는지는 승선이 시작돼야만 알 수 있으며, 자신의 차례 바로 앞에서 만선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첫 배를 놓친 시민들은 급하게 북도고속페리호 티켓을 사야 하는데, 두 해운사의 매표소는 100m 정도 떨어져 있어 시간 소요가 상당하다. 세종7호 티켓 환불 시간까지 포함하면 매표에 걸리는 시간은 더욱 커진다. 첫 배인 세종해운의 배는 늘 만선이지만 다음 한림해운 배는 채 절반도 차지 못한 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A씨는 “영종~장봉도 간 여객선 운항 시간이 약 40분인 것을 감안하면 7시 배를 놓치면 지각할 수밖에 없다”며 “삼목선착장에 서둘러 와도 이미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결국 몸만 배에 싣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불편은 지난해까지는 없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두 해운사의 운항 시간표는 지난해 말에 정해져 올해 초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운항 시간표엔 첫 배가 오전 7시10분(세종7호)에 삼목선착장서 출발하고, 두 번째 배가 8시10분(세종9호). 다음 배가 8시40분, 9시10분 순으로 출항했다.

그런데 당시에 보조선인 세종1호가 세종7호에 이어 7시10분에 연달아 승객들을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1호가 도선이라 수시 운행을 할 수 있는데다 한림해운의 북도고속페리호와도 배차간격이 길어 영업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4월까지는 현재 여객선인 세종9호가 도선면허를 갖고 운항하던 시기라 오전 6시50분에도 세종9호에 오를 수 있었다. 같은 해운사의 도선이 최대 3척까지 연이어 접안했으니 현재처럼 매표를 다시 할 필요도, 승선을 하지 못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도선의 경우 여객선과 같은 정시성이 없기 때문에 운항 시간표대로 출항하지 않아 두 해운사의 최소 운항 간격인 30분이 지켜지지 않고 중복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따라 인천해수청이 두 해운사 운항 선박의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객선(세종9호, 북도고속페리호) 2척은 1시간 이상 간격으로 운항하도록 하면서 북도고속페리호의 출발 시간을 1시간40분씩 앞당겨 삼목선착장 첫 배 출발 시간을 7시로 맞췄다.

그러나 영업 피해를 우려한 세종해운이 즉각 반발, 도선이 정시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며 세종7호의 출발 시간을 7시10분에서 6시50분으로 20분 앞당겨 만들어지게 된 것이 현재의 운항 시간표다.

 

결국 해운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이용 주민들만 피해를 입게된 꼴이다.

A씨는 "잦은 결항에 비효율적인 승선 과정까지 더해져 출퇴근 시간마다 10년은 늙는 것 같다"며 "주민들이 서명운동까지 진행하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수청, 해경, 옹진군 등 관계기관은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인천해수청 등 관계기관은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대책을 찾지 못한채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인천해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해경 등 관계기관과 두 해운사가 모여 협의를 하고 있지만 진전 사항은 없다”며 “이 문제는 해수청이 운항 시간표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여객선 운항 시간 조율은 해수청의 관할이 맞지만, 도선의 운항 등을 규제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해경 측에 있다”며 “해경이 영종~신도~장봉도 항로의 도선도 정시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 행정명령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