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에서 한판 승부, 송도역

[인천 유람일기] (58) 송도역전시장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1-07-05     유광식

 

송도역전시장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잠잠해진다 싶었던 코로나 시국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힘겹게 쌓은 방역탑이 무너질세라 정부의 새 거리두기 적용이 일주일 미뤄졌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되었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날은 덥고 긴 바지가 반바지로 바뀌어 가는 시점에 이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조금 심란하다. 서울, 수도권과 한배를 탄 인천. 다채로운 사건·사고가 하루를 수놓는 요즘, 언제나 나아진다는 구호의 정치풍경은 더욱 격랑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니 사회정의는 바르게 흐르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옛 시간의 플랫폼 역할을 했던 송도역 주변을 찾아가 보았다.

 

송도역전시장
시장

 

2011년 9월, 송도유원지는 영업을 마쳤지만, 장소는 더 나은 공간이 되겠지 했다. 그러나 기대는 바닷물 빠진 송도해수욕장의 짠 모래톱과 같아 무엇 하나 흥겨운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중고자동차 야적장이 되어 갔다. 주차된 차들을 보니 송도유원지 영업(놀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때아닌 강풍이라도 만났는지 대거 피난을 온 것 같았다. 유원지는 커다란 민어의 등비늘 같아 보이기도 했다. 차량의 은색 지붕 때문이었을 거다. 한번은 그곳에 화재가 발생하여 피해가 컸고, 얼마 전 지나가면서는 팽개쳐져 있던 비둘기 아파트를 입구에서 보았다. 송도유원지에 널브러진 꿈결 같은 이야기의 첫 줄을 썼던 곳은 아마도 송도역이었을 것이다. 

 

송도역전시장
송도역전시장

 

옛 송도역 시설은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허름하고 낡았고 강한 소나기라도 내리면 무너질 기세다. 역으로 오르던 계단참에서 시간을 보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아련해지기도 한다. 기차 시간과 호흡을 맞추고 유원지나 청량산, 송도고 등 인근으로의 출발과 마지막을 챙겼을 옛 플랫폼은 주변의 왁자지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서늘하다. 길 건너에는 역전시장이 있다. 시장에는 아련했던 시절의 파노라마가 영화필름이 빙빙 돌 듯 상점 간판 대신 설치되어 있었다. 아담한 시장길은 식사 때가 아닌지라 한적했지만, 과거의 명성을 대신하며 우람한 자태, 여긴 여기라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쓰러져
송도역전시장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신・구 송도역을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구 송도역 앞은 다 파헤쳐져 언제라도 사라질 준비를 하는 모양이지만, 역 계단과 나무 몇 그루, 급수탑 등은 열차가 서면 장날 그 자체였을 시간을 상기 시켜 주었다. 새롭게 지어진 수인선 송도역은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고, 옛 역과는 100여 미터 떨어져 위치한다. 조만간 인천발 KTX가 이곳 송도역에서 2025년 출발한다고 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송도역전은 소란이 잦을 것 같다. 신 송도역 앞에는 설치작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송도역전시장에 있던 것인데 임시로 옮겨둔 모양이다. 잠시 옮겨 두었다고는 하나, 바로 뒤 송도역의 규모에 눌려 왜소하고 버려져 있는 듯 안쓰러웠다. 예전에 신 송도역 입구 옆에는 배 모양의 중국요릿집이 있었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세현이네 가족과 딱 한 번 가 봤던 곳으로, 흩어진 구름처럼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재의
현재의
노선

 

협궤의 시간은 좀 더 넓어져 광궤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되어왔다. 다만 괴물이 되면 안 될 것이다. 과거에 유원지를 가거나 방앗간 밖을 서성이던 아주머니들의 소란스러움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예전에는 생활이 우선이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많았다면 지금은 핫플레이스 등극을 위한 경쟁만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송도역전시장의 미래는 재역전될 것이다. 송도초와 동인천에서 소풍 온 축현초가 인근에 있다. 또한 근처 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등 문화시설이 청량산 못지않은 청량감이다.  

 

협궤(76.2cm),
송도초등학교
송도역전시장

 

최근 옛 협궤열차 한 량이 시립박물관 마당에 정차했다. 달리진 못해도 열차를 타볼 기회는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더 빠르고 쾌적한 기차가 있지만, 산에 오르지는 못한다. 반면에 꼬마열차가 산을 올랐다. 배만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열차도 산으로 간다. 지금의 사회가 딱 그런 것 같다. 자꾸 역전과 역전이 반복되고 있는 것만 같다. 돌고 돌며 뒤바뀌는 세상처럼 말이다. 아무쪼록 송도역 인근이 인천의 출입구로서 거만하지 않게, 반짝하지 않게, 쌈박하게 차려졌으면 좋겠다. 시원한 역전만루홈런을 날려 본다.   

 

인천시립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