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옛 시가 모아...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詩歌)’ 출판

왕숙영 인하대 교수, 시가 장르 구분 없이 편집 17자, 길어도 31자에 불과한 짧은 시가에 '희로애락' 공감

2021-09-01     인천in

 

인하대 왕숙영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가 편역한 일본 전통 시를 엮은 시선집,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가 발간됐다. 대학에서 제자들과 함께 느끼며 즐기던 일본의 옛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책 이름 ‘풍요로운 갈대 들판’(豊葦原)은 일본의 미칭(美稱)으로 일본의 역사서 ‘고사기’, ‘일본서기’ 등에서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연약하게 흔들리지만 쉬이 꺽이지 않는 갈대는 '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들은 의미와 연상에 따라 자유롭게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시, 와카(和歌), 가요, 하이쿠와 같은 일본 시가의 장르 구분과 관계없이 편집됐다. 사랑할 때, 이별했을 때, 가족을 생각할 때 등 다양하고 평범한 인간적 상황에서 간명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을 찾을 수 있다.

고아한 품위가 있는 와카와 담백하고 개방적인 하이쿠, 익명성이 돋보이는 가요의 자유분방함과 한시의 선명한 메시지 등 장르에 따라 각기의 매력을 지닌 일본의 옛 시를 하나하나 만날 수 있다.

짧으면 17자, 길어도 31자에 불과한 단형의 시형식과 이를 둘러싼 드넓은 여백의 미가 일본 고시가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 짧은 시 공간에서 충분히 독자들은 인간사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자연과 공감하는 생태적 삶을 사유할 수 있다.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왕숙영 교수는 일본 도카이대학 문학박사(일본중세시가), 미시간대학, 캠브리지대학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自讚歌注』, 『自讚歌古注十集集成』. 역서로 『창조된 고전-일본문학의 정전 형성과 근대 그리고 젠더』, 『일본시가의 마음과 민낯』(소명출판) 등이 있다.

책속의 시가 몇편을 소개한다.

 

 

어두운 봄 밤이여

알 수 없구나

매화꽃

모습이야 감춘다 해도

스며나는 향기를 어찌 감추리

- 오시코치노 미츠네(859?~925?) -

 

 

산 자는

결국 죽을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리라!

- 오토모노 다비토(665~731)-

 

 

노 젓는 소리도

선명히 들려오는

새벽녘

-소기(1421~1502)-

 

 

인적 없는 뜨락

이슬 맺힌 풀숲

귀뚜라미

홀로 가냘프게

울고 있네

-쇼쿠시 나이신노(114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