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포장에 '굶어' 죽은 개항동 벚나무

[이진우의 동네걸음] (21)개항동을 아시나요?

2021-09-05     이진우

 

개항동 12통 경로당은 매우 넓은 주차장을 두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이후 문을 닫은 이래 대부분의 이용 노인들이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후에도 여전히 문은 열쇠로 잠겨있다.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 주차해 있고 10여년전에 노인분들과 이 마을에 도색과 벽화를 할때 쓰던 작은 콘테이너는 녹이 슨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앞 주차장에서 실처럼 가는고추를 말리고 계시는 어르신은 청량고추라며 맵다고 하신다. 인천역 차량기지와 마을 사이에 밭이 있어서 고추농사를 지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그 작은 밭에서 심고 키우고 따고 썰어서 여주를 말리는 동네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말리는 양을 보니 여주를 제법 따셨나 보다. 여주는 당뇨에 좋은데 맛있는게 아니라서 환으로 만들어서 식탁에 놓으면 편하게 먹을수 있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슬쩍 지났던 동네인데 오늘은 동네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설탕을 넉넉히 넣어주시는 커피도 마신다. 동향이어서 갯벌의 낙지 이야기에서 석화 이야기 등 이러저런 이야기 중에 '이제 여기는 개항동이제' 하신다. 
 

'[인천 중구 북성동, 송월동 통합해 '개항동'으로]
중구, 통합 행정동 명칭 '개항동'으로 확정 / 인천in-2021.04.05기사

인천시 중구 북성동과 송월동이 통합돼 행정동 명칭이 개항동으로 바뀐다. 중구는 (4월) 5일 북성동과 송월동 통합 행정동 명칭공모 2차 심사를 개최하고 통합동 명칭을‘개항동’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구는 앞서 2월 22일부터 3월 12일까지 19일간 북성 송월동 통합 행정동 명칭 선정을 위해 공모를 실시해 총 89건의 명칭을 접수했다... 개항동 명칭은 7월 1일 통합동 개청일부터 적용한다.'
 

개항동(제물량로335번길)


 

이진우作


지붕의 어떤 곳은 물새지 말라고 천막천을 덮어 놓았는데 그 자리가 봄빛이 잘 드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그림 속의 이 지붕은 7년전에 칼라 강판으로 덮어씌워서 이제는 누수도 없어서 마음이 편하시다 한다. 칼라 강판을 시공하면 적어도 지붕에 물새는 걱정은 없을테니 내 마음도 안심이 되었다. 
 

이진우作


그림속의 이 나무는 4년 전에 굶어 죽었다고 한다. 나무 이쪽이 주차장이라 시멘트 포장, 나무 저쪽은 길이라 아스팔트 포장이어서 빗물도 들어가기 어렵다. 해서 아마도 벚나무는 하늘의 비가 주는 물을 마시지 못하여 결국 말라 죽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 그림을 보여드리니 분명 그림은 잘 그렸다는 표정이신데  대신 아쉬움이 깃든 목소리로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서 잘라냈다고 한다. 잘린 나무 그루터기를 보면 그림처럼 크기는 않았다지만 가지는 풍성하게 내렸는데, 꽃도 엄청 많이 피웠는데 아쉽다. 인간이 만든 지구의 표면과 함께 하기 어려운 생물들이 있다는 거, 가해자가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잘 가라 벚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