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이 가을을 부릅니다

[포토에세이]

2021-09-07     전갑남 시민기자
별이

 

가을의 전령사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가 꽤 됩니다. 절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처서가 지나고부터 확연히 아침저녁으로 선선합니다. 선물 같은 가을입니다.

가을장마가 찾아와 땅을 촉촉이 적셔 그동안 가뭄에 혼쭐이 난 작물들도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작물 중에는 가을과 함께 꽃이 피기 시작한 게 있습니다. 무성한 콩잎 사이로 자잘한 콩꽃이 피었습니다. 팥에서도 노란 꽃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들깨꽃도 언제 꽃이 피었는지 춤을 춥니다.

말 못 하는 식물이 때가 되면 그 시기를 알고 꽃을 피우고, 자손을 퍼트리는 신비가 놀랍습니다.

부추는 그동안 봄부터 수차례 베어 먹었습니다. 베어내면 곧 자라고 또 자라고! 나물로 겉절이로, 때론 부침개로 입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제 자기 몸을 그만 내어주고 변화를 꾀합니다.

가을바람이 부는 걸 알아차린 걸까요? 며칠 전부터 꽃망울을 맺은 부추도 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가느다란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쑤욱 올라온 뒤, 줄기 끝에 하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꽃대 끝에서 여섯 장의 꽃잎이 반짝입니다. 꼭지가 한 지점에서 사방으로 우산살처럼 쭉쭉 내뻗쳤습니다. 조밀하게 핀 꽃들이 키를 재듯 서로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 있습니다.

꽃잎은 수평으로 펴지는데 작은 꽃자루가 있습니다. 암술 1개에 꽃받침 조각과 수술은 각각 6개씩. 꽃밥은 황색으로 흰 꽃부리와 멋들어진 조화를 이뤘습니다. 작은 부추꽃 하나를 보면 앙증맞습니다.

부추는 여러해살이풀로 추운 겨울에도 뿌리가 얼어 죽지 않습니다. 한번 심어놓으면 터줏대감처럼 여러 해 텃밭을 지킵니다.

 

부추는

 

부추는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칭이 우습습니다. 저절로 알아서 쑥쑥 자라니 게으름뱅이도 잘 기를 수 있다 해서 그렇답니다. 다른 유래는 더 재미있습니다. 어떤 사내가 부추가 정력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매일 먹으면서 일은 안 하고 마누라 옆에 붙어만 있더랍니다. 그래 부추가 게으름뱅이를 만들었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입니다.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칭과는 다르게 부추꽃은 참 예쁩니다.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것처럼 하얀 꽃이 탐스럽습니다.

긴 꽃대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사랑스러운 부추꽃이 가을을 부릅니다.

 

우산살을

 

<부추꽃> / 자작시

꽃자루로 우산살 펼치고

긴 목 꽃대에는

송이송이 별꽃이 반짝반짝

 

낮에는 별꽃 자리에

꿀벌들을 유혹하여 친구하고

밤에는 하늘 빛나는

총총별을 불러들여 친구 하네

 

건들바람 스쳐 지나가도

가는 허리 흔들어

초롱초롱 하얀 미소로

가을을 불러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