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의사자 잊은 인천... 금양호 위령탑 수년째 방치

제96호 금양호 위령탑 방치 최재형 감사원장 방문으로 회자 관리 소홀로 잡초·쓰레기만 가득... 관련 기관은 책임 회피 급급

2021-09-28     윤종환 기자

천안함 희생자 수색활동 중 숨진 의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막된 위령탑이 수년째 인천 관리 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인천 중구를 찾았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연안부두 소재 역무선부두(항동7가 82-7번지 일원)였다.

인적이 거의 없는 이 부두 끝자락엔 이름도 생소한 ‘제98호 금양호 위령탑’이 서 있다.

이 위령탑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희생자들을 찾으려 수색활동에 나섰다가 캄보디아 상선과의 충돌로 수장된 민간 선원(98호 금양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다.

최 전 감사원장의 방문으로 수년만에 다시 회자된 금양호 위령탑의 관리 상태는 좋지 못했다. 주변엔 잡초가 무성했고, 군데군데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이 버려져 있었다는 것이 현장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헌화하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인천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끄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최 전 감사원장도 알고 있던 위령탑을 관내 행정기관은 존재 여부조차 모르고 있던 것으로 파악돼 부끄러움이 배가되고 있다.

현재 이 위령탑는 관리 주체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다. 위령비가 처음 제막될 땐 청소비용 등을 중구청이 납부하고, 점검·관리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하 수협)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말이 다르다.

인천시와 중구는 해당 위령탑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는 현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시 관리 대상이 아니라 했고, 중구 역시 소관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수협은 해당 위령탑이 관할 구역 내에 있긴 하지만 명확한 관리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전임 관리자도 해당 시설에 방문했다든지 했던 일은 한 차례도 없었다”라며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인 후 저희 소관이 맞다면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금양호 위령탑은 최소 수년 가까이 방치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최 전 감사원장이 헌화를 하며 말했던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분을 절대 잊지 말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과 달리 유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