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가리는 검단 아파트 철거” 국민청원 동의 20만명 넘어

2021-10-06     윤성문 기자
청와대

‘김포 장릉 경관 훼손’을 이유로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해당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올라온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20만955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 또는 정부 관련 부처 책임자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라며 “파주 장릉과 계양산의 이은 일직선 상에 위치해 파주 장릉~김포 장릉~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위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있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파트들은 김포 장릉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한다”며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문화재청과 인천 서구, 경기 김포시 등의 부실 행정을 잇따라 지적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 안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진 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은 문화재청, 김포시, 인천 서구 등 관계기관의 부실 행정이 만들어낸 사태”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재청은 올해 5월에서야 경관 훼손 사실을 인지하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후 7월 유네스코에는 장릉 등 40곳 조선 왕릉에 대해 불법 행위가 없다고 허위 보고했다”며 “문화재청에 대한 별도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탈락하면 다른 조선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앞으로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유네스코와 충분히 협의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달 6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금성백조주택·대광건영·대방건설 등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하고 3,400세대 규모 아파트 44개 동 중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의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면서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건설사들은 2014년 인천도시공사가 땅을 매각할 당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저촉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인천 서구도 건축심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현상변경 허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 건설사는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대방건설만 인용됐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2개 건설사가 짓던 아파트 12개 동 979세대의 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중단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되는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