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가 넘실거리는, 갈산1구역

[인천 유람일기} (65) 갈산1동(북측)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1-10-13     유광식

 

갈산1동

 

내년 대선 전반전이 치열하다. 푸른 잎을 노랗게 빨갛게 칠해 가려는 가을의 업무처럼 말이다. 코로나 정국은 단풍철을 맞이해 다시금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얇은 마스크를 두꺼운 것으로 바꾸어 착용하게도 된다. 그저 흐르는 현대 생활이 버겁기도 한데, 내일의 모습은 좀 더 나을 거라며 믿는 행위로 일상을 버티는 것 같다. 주변에서 걱정보다는 다시 움직여 나가는 박력이 돋보인다. 머리 위 하늘이 흐리지만 그건 하나의 층일 뿐 전부일 수 없음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주택
지금이야

 

경인고속도로가 가르는 계양과 부평. 부평IC 아래 갈산동은 오랜 자동차 소음에 가려진 구역처럼 느껴진다. 갈산의 언덕에 빼곡히 자리한 주택들 안에서는 과연 무엇을 꿰어 짓고 있었을까? 부평북초등학교와 갈산근린공원 사이에 위치한 갈산1구역은 옛 갈산의 기억이 함께한다. 산이 품은 정수장(부평정수장)은 갈증을 해소한다. 그 아래에는 갈산시장이 교류의 장으로 남아 있다.

 

오래도록
반지하
신*빌라

 

몇 층의 주택에 벌집 같은 구성이 주는 따뜻함이 있다. 퍽퍽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그 여파는 단지 화단으로 거리의 오색으로 시선을 옮기면 쉽게 날아가 가벼워진다. 가을이라 그런지 대추나무와 감나무의 팔 뻗음이 버거울 정도다. 호박이 늙고 거리는 좀 더 향 짙은 색으로 익는다.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몇십 년 전 이곳이 어떤 분위기를 그리고 있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도토리 은행이 있을 법도 한 그런 모습처럼.

 

방범
옆집
어느

 

오후의 늦은 볕조차 미끄러질 듯 비쳐드는 마을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 데워진 온도에 고양이의 안전은 반갑다. 멍멍이의 시선은 조금 안쓰럽다. 대문이 있는 집과 한사코 다른 형태의 빌라들, 빈 슬레이트 지붕의 단층집이 많다. 한편 곳곳에 보이는 떡집, 목욕탕, 한복집, 미용실 등은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그 시절 부모님들의 신혼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었어도 사랑과 가정은 있어야만 했다. 그 은은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 시절이야말로 갈산명월(葛山明月)이 따로 없다.

 

인천
예사롭지
흔적이

 

신혼의 단꿈은 지금 어떤 게 되었을까? 집 한 채 마련하고 아이들 출가시키고 다시 돌아보니 ‘행복’이었다고 외칠 수 있었을까? 월천탕에서 키우던 만개한 이야기꽃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좁고 굽은 골목을 뛰놀던 아이들의 함성과 시장에서 외치던 먹거리 소란은 어떠한 성장을 지어 놓았을까? 우리는 지금 함께일까? 내가 기댄 당신의 어깨는 괜찮은 건지도. 집안 대소사에 나누어 먹던 떡! 그 찰진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자꾸만 갈산에 올라 기억의 불을 지펴 보게 된다. 

 

월천탕

 

무언가 불확실성이 강한 오늘이다. 아마 내일도? 각종 불안과 돌파구가 뒤섞인 현실에 지칠 법도 하다. 마스크를 언제 벗고 뛰어 볼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선 깊은 사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잘 걷고 있는지, 잘 보고 있는지 말이다. 주변 이웃과 가족을 위해 한 품 부풀었던 갈산1구역의 은근히 따뜻한 온도가 그래서 중요했는가 싶다. 식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