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에 세운 주거 안테나, 원당동에서

[인천유람일기] (67) 검단신도시 원당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1-11-08     유광식

 

아파트가

 

입동(立冬)도 지나고 슬슬 겨울이 코앞이다. 시장에서는 배추와 무, 추젓, 쪽파 등 김장 재료들이 앞다퉈 자리를 채운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는 총각무 김치 한 통 가져가라고 연락을 주셨다. 늘 그랬듯 툴툴거리며 가져왔고 3일을 실온에 익혔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잘 배인 맛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완화 방침이 시작되고 어느덧 몸에 밴 격리 아닌 격리에 냉장고야말로 중요한 샘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바깥세상은 시끄럽다. 코로나는 말할 것도 없고 대선 주자들이 4개월의 본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한편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는 뭐고 오염수는 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눈앞의 ‘자연’은 ‘어제’가 아니고 ‘내일’이어야 함을 깊이 새겨야 하니 말이다.

 

김포
김포

 

인천 꼭대기 검단 지역은 바로 옆 김포시와 맞닿아 있다. 한강 변을 끼고 있는 김포시와 바다를 끼고 있는 검단은 구별이 쉬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 구역처럼 보인다. 김포시 아래로, 계양산 뒤쪽으로는 원당동이 자리한다. 한남정맥 끝자락 격의 지역으로 높고 낮은 산들이 많고 사이사이 신도시 개발에 따른 아파트 바늘이 연일 자라나고 있다. 형세가 좋았던 건지 예로부터 검단 지역은 천신제, 산신제 등 하늘에 제를 지내는 곳이 많았다. 과거 선사시대 유적이 많은 지역으로 광물 자원도 많아 지명인 ‘검단’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원당동
검단신도시를

 

요새 김포 장릉(사적 제202호)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앞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가 장릉의 경관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은 뛰어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장소로 서울, 경기에 거쳐 120기의 무덤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의 집과 현대의 아파트가 맞붙은 형국이 된 것이다. 김포시와 인천시, 문화재청, 수분양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애초에 높은 층수가 문제가 아닐까?

 

김포
김포
김포

 

과거 원당 지역은 김포에 속해 있었다. 인천광역시에 편입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논란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구획으로 인해 ‘나눈다.’, ‘나누어 준다’기보단 분쟁의 소지를 ‘새로 만든다’는 생각이다. 신도시 지역은 기본 25층 이상이다. 아파트 스카이라인이 웬만한 산 하나는 꿀꺽할 수 있을 정도다. 당산나무 등 보호수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건물에 견줘 홀쭉해 보여 마을 수호신의 풍채가 아니다. 그나마 남겨 둘 수 있다는 것에 위안 삼을 뿐이다. 

 

당산나무(주변을
노상
원당동

 

김포 장릉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소나무 우거진 비포장 사잇길은 새와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평소 가져보지 못했던 온정을 느끼게끔 해준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는 ‘백성에게 식량을 내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왕과 백성이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옛 시절의 노력이 오늘날 펼쳐지는 정치, 주거 사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김포

 

원당동에는 과거 김포의 흔적 아닌 흔적인 대한항공 사원아파트(KAL Apt.)가 있다. ‘웬걸?’ 하지만 인근에 김포공항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면 이해가 된다. 과거 김포가 아니었던가? 아무쪼록 신도시 개발로 뜨거운 고구마밭의 검단이 인근 지역과 마찰이 없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동안 풍부한 물과 농경지, 기후로 인해 찰진 삶을 보내온 원당동 지역이 주변의 경관을 침범하지 않고 평화로운 삶터가 되어 인천의 안테나 구실을 톡톡히 해나가길 바라는 맘 큰 것이다. 싸우며 살 순 없다.  

 

조상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