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녹지축에 쇠말뚝을 박아?"

[무너지는 지역 환경]②검단~장수간 민자도로 건설

2010-02-18     이병기


검단~장수간 도로 위치도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시가 지역의 유일한 녹지축이자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져 오는 한남정맥에 '쇠말뚝'을 박으려는 계획을 굽히지 않아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서구 당하동(검단지구)부터 남동구 장수동(서울외곽도로 장수IC)까지 총 사업비 5724억원이 들어가는 검단~장수간 도로 민간제안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 중 인천시에서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2080억원과 검단신도시 사업자가 부담하는 1500억원을 제외하면 시의 실제 부담금은 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주요 시설로는 교량 17곳(2.8km), 터널 8곳(4.0km)이 설치되며 총 길이 20.7km에 달한다. 2011년 착공해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로가 완공되면 이용하는 시민들은 전 구간 1600원, 일부 구간 800원을 내야 한다.

민간사업제안자인 포스코가 제시한 검단~장수간 도로 안에 따르면 계양공원을 비롯해 원적산공원(4곳), 호봉공원(2곳), 약사공원(3곳), 인천대공원 등 현재 조성된 13곳의 공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천대공원과 원적산공원 등 현재 공원 설립이 진행되고 있는 아홉 곳까지 더하면 스물 두 군데의 공원이 자동차 도로로 피해를 겪을  전망이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인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지의 비율이 적은 편"이라며 "검단~장수간 도로가 계양산과 철마산, 만월산 등 산 정상을 지나가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실장은 "인천에서 그나마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던 공원들이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도로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수의 덤프트럭이 산을 오가게 되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맹재흥 검단~장수간 민자도로건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시는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인천의 유일한 녹지축인 한남정맥을 정비하는 등 '자연의 보존과 복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부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도 인천의 온실가스 흡수 면적률이 낮은 편인데, 친환경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시가 자동차 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에는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맹 총무는 "얼마 전까지 시는 600억원을 들여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도 했으며, 국가 정책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와 반대로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상반된 정책을 왜 진행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검단~장수간 도로의 환경 피해 우려는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에도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개설 계획은 도시생태공원의 가장자리를, 원적산 공원 중상부와 인천대공원 야외식물원, 백운공원 전 구간을 횡단해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며 "터널(4km)과 교량(2.9km), 나머지 13km 구간에 공원, 산림지역을 훼손하는 구간이 많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터널이 설치되는 구간은 지하수계를 끊어 놓아 결국에는 산림의 건천화로 교목이 고사되고 관목과 초본류만 식생하게 돼 환경생태계를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원은 필수 기반시설이며 시민의 휴식과 정서함양 기여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조성 완료한 공원은 물론, 계획 및 조성 추진중인 공원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미영 검토위원은 "계획노선은 75% 이상이 임야로 식생이 우수한 계양산, 천마산 등을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돼 사업 시행 시 녹지축의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의 외곽순환고속도로 등 주변 계양~장수간 교통혼잡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의 신설이 필요하다면 기존 도로의 확장 등으로 노선을 재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환경 피해를 우려한 학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시의 대안은 두루뭉실하다.

신일섭 인천시청 도로과 담당은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터널의 경우 왕복 4차선으로 면적이 적기 때문에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교량의 경우 요즘에는 기둥에 그림을 그리는 등 미관상으로도 나쁘지 않으며, 방음처리를 통해 쉬러 오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민들도 뿔났다

검단~장수간 도로가 추진되는 주변 지역의 민원도 적지 않다.

'검단~장수간 민자도로 건설 반대 동암신동아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흥원, 민자도로반대 비대위(현))는 지난 12월4일 도로 건설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대표들을 대상으로 피해대책 마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구, 남동구 등 15곳의 지역 주민 50여명 정도가 참여해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주민들은 올 1월 중으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300여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맹재흥 총무는 "지난 12월15일 인천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몇몇 시의원들이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여론을 재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며 "과연 수천명이 모여도 '일부 주민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대규모 집회를 준비중이다"라고 항변했다.

맹 총무는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도로가 추진되는 주변에 백운초등학교와 백운공원이 있고 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을 부평문화예술회관이 건립되고 있다"며 "20~25m 높이로 고가도로가 만들어지면 타이어 분진과 소음, 매연으로 더 이상 쾌적한 생활 환경을 즐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도로가 지나가는 지역에는 모두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주거권과 환경권 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2월15일 열린 인천시의회 178회 2차 정례회에서 '검단~장수간 민간투자도로 제안서 검토비' 1억600만원이 난항 끝에 전액 삭감돼 당분간 시의 추진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예산 삭감에 반대한 일부 시의원들은 앞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본회의 때 다시 표결할 것을 주장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시는 올해 초 개최될 1차 추경에 재상정할 의지여서 다시 한 번 갈등이 예상된다.